한국일보

아버지 없이 궁핍·따돌림 ‘라이따이한’ 외면해서야

2011-09-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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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폴 안 선교사, 장학사업·소망의 집 짓기 눈길

아버지 없이 궁핍·따돌림 ‘라이따이한’ 외면해서야

폴 안 선교사는 “한국인의 핏줄인 ‘라이따이한’들의 고난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한인들의 지원을 부탁했다. <김지민 기자>

“현재 베트남에는 1970~75년께 한국 기술자·군인들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따이한(라이는 ‘혼혈’, 따이한은 ‘대한’이라는 뜻)들이 3,000명가량 있습니다. 대부분 40~45세로 아버지에게 잊혀진 자식인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궁핍한 삶을 자녀들에게 그대로 대물림하게 되지요. 한국 정부는 안타깝게도 ‘파월 장병에 의해 태어난 아이는 없다’는 공식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고요. 하지만 우리는 결코 한국인의 피가 섞인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2008년 8월 베트남 선교사로 파송돼 ‘비극의 자식들’인 라이따이한들을 돕는 사역을 펼치고 있는 남가주 출신 폴 안(70) 선교사가 후원단체와의 사역 논의차 3년 만에 최근 미국을 방문했다.

장로로서 언어학 박사인 그는 현재 호치민 국립대학교 인문사회대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예수 사랑으로 뛰년, 다낭, 냐짱, 뚜이호아 등 중부지방의 라이따이한들을 돕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역은 라이따이한들의 자녀로 주로 25%의 한국인 피가 섞인 초·중·고생 126명에게 월 30달러씩 장학금을 지급하는 일. 이는 미주 한인 등의 도네이션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올 9월부터는 이들 중 15명이 대학에 진학해 월 50달러씩을 지원받게 된다. 베트남에는 의무교육이 없다.

올 4월부터는 참담한 환경 속에서 사는 라이따이한 가정들을 위해 한 채당 3,500달러가 드는 ‘소망의 집 지어 주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총 120채를 건축하는 것이 목표인 가운데 2채가 완공돼 입주가 이뤄졌으며, 3채가 진행 중에 있다.

이밖에도 라이따이한들과 베트남인들을 위한 국제기술 전문대학을 뚜이호아에 설립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안 선교사는 최근 본보 인터뷰에서 “돈을 받으려고 라이따이한 행세를 하는 가짜들도 있기 때문에 직접 만나 증빙서류를 보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파악한다.

이를 위해 오지를 찾아 한맺힌 사연을 듣기도 한다”며 “그들의 자녀 세대는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전혀 모르지만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을 동경한다”고 전했다. 공산 베트남에서 라이따이한의 자녀는 “적국의 자식”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며 증오의 대상으로 자라는 가운데 문제아가 되는 사례가 많다.

그는 “베트남에서는 공식적인 선교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하셨듯이 크리스천들의 아름다운 삶을 몸으로 보여주는 식으로 복음을 전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라이따이한 사역 외에도 베트남 거주 한국 어린이들을 위한 ‘5차원 토요학교’를 운영하고 크리스천들에게 영어 성경공부를 가르치는 등 보람이 영그는 여생을 보내고 있는 그는 지난달 말 후원단체인 ‘GEM 선교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선교집회를 인도했다.

안 선교사는 “은퇴하고 할 일도 없는 영감인데 후진을 양성하면서 라이따이한까지 섬길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며 웃었다.


후원 문의 (714)494-3009 김성지 목사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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