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택을 강요받는 시대에 살면서

2011-09-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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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칼럼>

어느 날, 산자락을 돌아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며 산이 강에게 말을 건넸다. 언제나 유유히 흘러가며 세상을 구경할 수 있는 네가 부럽다고. 그러자 강이 말하기를 항상 의연한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산이 도리어 부럽다고 하며 화답했다고 한다.

오늘도 신문을 펼치거나 라디오, TV 등을 켜면 수많은 일들 그리고 사고 사건들이 일상 속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 중 여러 일들이 우리의 생활에 직 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지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전 세계의 경제를 망가트려놓은 주범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이고 그 후유증의 하나가 미국 부동산경기의 침체이다. 부동산 가치의 하락과 경기불황, 그 여파로 파생 된 것 중의 하나가 ‘숏세일’이고 지난 몇년사이에 부동산업에 관심 조차없거나 아무관계가 없는 보통사람들도 이 낱말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거기서, 융자 재조정 전문가나 채무삭감 전문업이 생겨나고 또 ‘숏세일 전문 에이전트’도 넘쳐나고 있다. 요즈음도 많은 우리한인들이 숏세일로 집을 팔기위해 진행중에 있거나 아직은 시작하지 않았어도 앞으로 숏세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을 줄 안다.

그런데 지난 7월 새로 제정된 SB458 법안에 의하여 1차 은행은 물론이고 숏세일을 끝내고나면 2차, 3차 융자에 대한 채무도 모두 변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서, 새법의 시행을 모두 환영했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반가운 소식이기는 하나 과연 좋아하기 만해도 될까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우려했던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즉 2차 이상의 은행들이 실제로 숏세일이 끝나고나면 셀러에게서 받지 못 한 채무에 대해 어떤 보상도 요청할 수 없게 되자, 은행은 숏세일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셀러에게 요구하기 때문에 실제로 숏세일이 성사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겉으로는 그럴듯한 법안을 마련해놓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을 주정부는 현실적으로 법안의 시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당 은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할텐데,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터이라 추가적인 지출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고 은행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집을 담보로 2차 이상의 융자를 했던 셀러들에게는 숏세일 승인이 더욱 어려운 일이 될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새법 통과이후 숏세일에 성공하면 빛에서 해방 될 수도 있다. 차압을 당하게 되면 2차 2차 빛이 고스란히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숏세일 경험이 많고 은행과의 협상에 능력발휘를 잘할 수 있는 에이전트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치 않은 모양이다. 너도 나도 전문가라고 자칭하고 있어서 많은 숏세일 셀러들이 그런 능력 있는 에이전트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 옥석을 가려줄 특별한 방법이 없으니, 에이전트 선택에 신중하라고 조언할 수밖에 없다.

요즈음 또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람이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대표가 된 팀 쿡이다. 그는 독선적이고 날카로운 스티브 잡스와 달리 예의바르고 부드러운 남부신사라는 별명과 함께 지난 몇 년 동안 지병으로 자리를 비운 스티브 잡스의 역할 대행을 잘 해 내어 준비된 CEO라는 평도 듣고 있는 인물이다.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을 바꿔 놓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있는 회사, ‘애플’의 새 경영자가 된 그는 올해 50세이다. 개방적이고 유화적이며 지위를 가리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일줄 알며, 현대사회가 원하는 리더이기도하고 하이킹이나 사이클링을 즐기며, 출장 중에는 10시간 비행한 후에 쉬지 않고 바로 10시간 이상회의를 주재하는 강한 체력을 가진 사람이라고도 한다.

특별히 팀 쿡은 그 동안 한국을 세 번 이상 방문했었고, 애플사에 부품공급을 해 왔던 삼성이나 LG와 친숙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지금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지휘 아래 스마트 폰과 태블릿PC 시장에서 삼성과 세계적으로 특허권 분쟁을 치루고 있다.

개방적이고 유화적인 팀 쿡이 회사의 대표가 되면, 애플과 삼성사이에서 화해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는 모양이다. 그의 이력을 살피다보니 특히 눈에 띄는 것이 미국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중의 한사람인 그가 동성애자라는 것이다.

애플사의 직원들도 그 사실을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이며 팀 쿡이 사생활을 지키면서 좋은 경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지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세상은 많이 변했고 바뀌었다. 아무튼 스티브 잡스는 그의 후계자로 팀 쿡을 선택했다. 애플의 미래가 걸려있는 일에 심사숙고 했다고 한다.

어떤 일에도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고 또한 강요받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다 보니 사건 사고도 많고 처리하고 결정 해야 할 일들이 끈임이 없다. 그래서 문득 “생각함에 있어서는 단순함을 지키고 갈등에 있어서는 공명정대하라”는 노자의 말이 생각난다.

요즈음처럼 복잡하고 골치 아픈일이 많으며 불확실한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 산처럼 의연한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도하고, 때로는 강처럼 유연하게 현실에 대처할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정연중
(213)27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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