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거 통한 정치참여에 힘쓰자

2011-08-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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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윤실 호루라기>

정치적 무관심은 미덕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정치에 대한 무책임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정치를 단지 권모술수로 이해하는 시민에게 있어서 정치적 도피는 거룩한 이념이요, 정치 참여는 오물을 뒤집어쓰는 자해행위로 비쳐질 것이다.

그들에게 정치적 무관심은 자신의 순수성을 지키는 고매한 결단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정치적 무관심의 영역으로 우리가 도피하여 있는 동안, 우리의 인생은 남에 의하여 조정되며, 우리의 운명은 도리어 우리가 싫어하는 야심가의 결정 아래에 있게 될 공산이 크다.


정치를 긍정적인 차원에서 보려는 입장에서 정치는 인간생활의 중대 국면이자, 기본적인 요소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political animal)이라면서, 정치는 도시국가에서 최고의 의미 있는 활동이고 정치 참여는 시민의 윤리적 완성에 관련된 항목이라고 말했다.

세속정치든 교회정치든, 모든 인간 공동체에 정치적 지평이 존재하기에 우리
가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특히 가정에서부터 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정치의 강력한 영향이 미치는 ‘정치화의 시대’(the age of politicization)를 살아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치는 필수불가결한 시민사회의 교양이다.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그나마 인간의 사회에 남겨진 정치의 긍정적인 측면의 하나가 완벽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선거라는 제도이다. 20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시민에게 부여된 선거권은 자유와 권리의 오랜 싸움을 통하여 얻은 귀중한 선물이다.

특별히 미국 이민을 통해 시민에게 주어진 선거권과 피선거권, 그리고 한국 이민에 대한 대한민국의 참정권 부여는 이민사회가 피흘리는 싸움을 하지 않고 얻는 선물이며, 추호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특권이다.

2012년은 미국과 조국에서 선거가 있는 해이다. 내년은 아주 중요한 정치적인 결단을 해야 하는 해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거권 행사가 좋은 기회가 되려면, 선거에 참여하여야 할 뿐 아니라, 바른 시민의식, 비판정신을 가지도록 하여야 한다. 시민권을 부여받은 한국 이민자들은 선거참여와 정치인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영향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아울러 본국 정치에 대한 참정권을 부여받은 교포는 역시 투표참여를 통하여 정의와 공평을 시행하여야 한다.

지난 8월24일에 있었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개함조건인 투표율 33.3%에 못 미치는 25.7%를 기록함으로 유권자 약 4분의1이 넘게 참여해 의사를 표현한 것이 무효화되는 상황을 낳았다.


흥미롭게도 무상급식에 대한 애초의 논란은 약화되고, 현상적으로는 여당이 선거전도사 노릇을 하고, 야당은 선거불참을 통하여 상당한 주민들의 요구 자체를 거부하려고 하였다.

선거의 결과로 나타나는 민의를 애초부터 거세하려는 야당의 노력은 승리를 얻었지만, 국민 의지의 상당한 부분을 제거하는 건강하지 못한 정치교육을 낳고 말았다.

정치가들을 책임 있게 하고 공복으로서의 겸손한 심정을 가지도록 도움을 주는 제도인 선거는 부지런히 참여함으로 시민의 권위를 드러내야 한다. 정치적 무관심층이 상당히 넓고 또 당파적 이익을 위해 선거 자체를 도구화시키는 환경 속이지만, 흑인의 민권운동을 통해 주어지고, 본국 정부가 보장해 준 정치적 향연이 내년에는 이민사회가 받은 가장 큰 선물로 확인되기를 기대해 본다.


민 종 기 목사 <충현선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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