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원서 키운 “진짜 토마토”

2011-08-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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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리의 ‘토마토 퀸’ 로라 테일러

우드랜드힐스 자택의 정원에 100그루가 넘는 토마토를 재배하는 로라 테일러(Laura Taylor).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홀푸즈 마켓에서 있었던 그녀의 에일룸 토마토(heirloom tomato) 쿠킹클래스에서 였는데, 토마토에 관한 방대한 지식과
무엇보다 토마토를 17년째 직접 키우고 있다는 열정에 감탄해 집까지 방문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 햇볕이 좋아 한창 맛있는 토마토가 무르익고 있는 그녀의 토마토 정원에서는 잘 익은 토마토에서만 맡을 수 있는 달콤한 향기가 코를 스친다. 엄청난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지고, 토마토 줄기가 생각보다 키가 큰 것에 놀랐다.



체리·줄리엣·산 마자노… 달콤새콤한 특유의 향 가득
“마켓 제품과 맛이 달라”


촘촘하고 풍성히 달려있는 체리토마토는 진짜 체리나무와 많이 닮았다. 알록달록한 귀엽고 먹음직스러운 토마토와 반대로 과실이 익을수록 잎사귀는 마르고 변색되어 볼품없어지는 것이 아기를 가진 엄마의 몸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하나하나 직접 심고 가꾸며, 그날 그날의 상태와 날씨에 따라 호스로 물을 조절해 정성스럽게 토마토를 키우고 있는 로라 테일러는 각기 다른 토마토 종류를 소개하며 맛을 보게 해 주었다.

그녀의 토마토 사랑은 17년 전, 지금은 장성한 세 아들들이 어릴 때 함께 들른 파머스 마켓에서 시작된다. 시식코너에서 이런 저런 채소를 맛 본 아들들이 “엄마, 우리도 집에서 이거 키워요!” 한마디로 우연히 심게 된 토마토가 너무나 잘 자랐는데, 평생 먹어왔던 마켓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월등히 맛있는 토마토를 수확하고 그녀에게 완전한 신세계가 열렸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토마토는 세계적으로도 맛없기로 유명하다. 쉽게 무르익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유전자 조작식물이기도 하며, 더워야 잘 자라는 특성을 무시한 채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추위에 강한 종자를 만들어 내려고 가자미의 유전자를 주입해 생산하기도 한다.

익지도 않은 채 수확되어 에틸렌 개스로 잘 익은 듯 보이는 붉은 색의 껍질을 만들어 낸다. 먹음직스러운 색깔과 달리 잘랐을 때 안 익은 토마토가 무엇인지 확실히 느껴본 경험이 개인적으로도 몇번 있다. 물론 맛도 없었다.

불가리아에서 이민 온 친구도 미국에서는 도대체 맛있는 토마토를 찾을 수 없다며 한탄하던 것이 기억났다.


이런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로라는 자신이 토마토 전도사로 활발히 일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라고 했다. 유전자 조작되지 않은 모종을 구입해 직접 길러보지 않는 이상은 진짜!

토마토 맛을 절대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강조하며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취미생활로 적극 추천했다. 그녀의 토마토 사랑은 이미 취미를 넘어 쿠킹클래스, 토마토 가드닝 교육 등으로 이어지고, 직접 찍은 사진들로 예쁜 토마토 달력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이 집에서 토마토는 마당에 널려있는 자연 간식이다. 딱히 요리할 필요도 없이 배가 고프거나 입이 심심할 때 나가 따 먹으면 된다. 그녀의 20대 아들들도 덕분에 매우 건강한 음식 습관을 가졌다고 했다. 햇빛을 받으며 제대로 맛이 든 토마토는 정말 지금껏 먹어본 어떤 토마토보다 맛있었다.

딸기같은 과일이라 생각될 정도로 달콤새콤한 맛에 부드럽고 쫀득한 과육이 찰지게 씹혔다.

3월에 모종을 심어 잘 가꾸면 무서운 속도로 자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데 캘리포니아에서는 추수감사절 무렵까지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식물을 직접 길러 먹는다는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산교육의 현장이 된다. 흙을 생각하고, 물과 태양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며, 벌, 거미, 새, 벌레까지 모두 공존해야 열매를 맺고 그 수확물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면 달리 거창한 환경보호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절로 몸에 배게 된다.

요즘은 기술과 과학의 힘을 빌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무시한 채 인공적으로 생산된 음식들이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체리토마토 한 알도 꽃이 지고 열매가 맺어 완전히 익기까지는 두어달의 시간이 걸린다. 자연 속에서의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은 아름다운 토마토 정원에서 땀을 흘린 아침시간이 더 없이 상쾌했다.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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