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들과 미디어 금식을

2011-08-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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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일상, 깨달음>

지구촌 곳곳이 이상기온과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종말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진다면 좀 더 진지하게 살아야 할 텐데 악해져 가는 세상은 이미 중독에 걸린듯하다.

청교도 신앙 위에 세워진 미국이 최근 뉴욕의 동성애 인정을 목도해야 했고, 초고속으로 빨라진 미디어는 손바닥만한 핸드폰에도 컴퓨터 기능을 담아 호기심 가득한 청소년들의 오감을 빼앗고 있다.

어디 청소년뿐인가. 직장인 남녀들과 주부들, 아이들과 노인들까지도 아이폰과 컴퓨터 없이는 몇 시간도 버틸 수 없을 만큼 불안해한다. 요즘엔 아예 성경책까지 아이폰에 넣어 교회도 빈손으로 가고 예배 중 아이폰으로 성경 찾는 모습을 지적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비문화인 취급을 받는다니 슬픈 일이다.


여섯 자녀를 낳아 기르는 엄마로서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기에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연구하다가 개학맞이 프로젝트로 ‘미디어 금식’을 내놓았다.

미국의 학교들은 대부분 8월말이나 9월초 새 학기를 맞는다. 여름 방학동안 큰딸은 뉴욕 맨하탄에 석사공부를 위해 떠났고, 둘째는 대학 3학년 방학 내내 서머스쿨 다니며 학교직원으로 일해야 하기에 얼굴 몇 번 못보고 3개월이 지나갔다.

그래도 아직 10, 8, 7, 5학년인 네 자녀가 남아 있기에 매순간 거룩한 긴장을 멈출 수 없다. 하지만 자녀들과 함께 훈련하다 보면 나이에 상관없이 성장을 경험할 수 없기에 이 역시 하나님의 은혜다.

보통 사순절에 함께 금식하며 자신을 돌아보지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긴 여름방학에 경건훈련을 함께 하는 것이 참으로 유익함을 매번 깨닫는다. 처음엔 하루 중 몇 시간만 미디어 사용을 멈추는 것도 어려웠는데, 온 가족이 함께하면 반나절에서 하루 종일도 가능해지고, 주중 며칠 혹은 일주일도 할 수 있게 된다.

열 살 전에 영적습관이 형성되지 않으면 엄마 키를 넘어서는 틴에이저 자녀를 훈련시키기란 매일 전쟁을 치루지 않고는 불가능해진다.

미디어 금식이란 밥보다 현대인들이 즐기는 미디어(게임, 채팅, 만화, 휴대폰, TV 등) 사용을 절제하거나 좋은 미디어를 골라보는 21세기형 금식을 말한다. 무조건적 단절이 아니라 삶을 반성하며 영혼을 살찌울 수 있는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그 효과는 정말 놀랍다.

미디어 금식을 해보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미디어에 빼앗기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 주 간 TV나 핸드폰만 끄고 살아도 성경 읽고 기도하는 시간은 물론 절대 부족했던 가족 간의 대화시간이 늘어나 가정이 화목해진다.


너무 바빠 한 달에 한 번도 가정예배를 드리지 못한 가정이 매일 가정예배는 물론 저녁마다 웃음꽃이 피는 풍성한 식탁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새 학기 목표를 정하고 함께 집중기도할 수 있는 여유와 세상을 이길 거룩한 능력이 생긴다.

더불어 스스로 미디어 사용 범위를 적절하게 정하고 자기 통제능력을 서로 점검할 수 있기에 가족끼리의 ‘미디어 금식’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익하다. 웬만한 의지력이 아니고는 자기절제를 훈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나 단체, 이웃들끼리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미래를 향하여 서로를 점검해주고 훈련할 수만 있다면 초강력 엔진달린 행복시너지 효과까지 맛 볼 수 있게 된다.

함께 사는 길, 보다 높은 가치를 실감나게 경험하며 사차원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미디어 금식’을 ‘강추’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한번 뿐인, 연습 없는 인생 아닌가.


정 한 나 (남가주광염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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