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혼·암·아들 잃는 시련, 신앙으로 극복

2011-08-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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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령 전 장관 딸 이민아 변호사의 간증집 ‘땅끝의 아이들’

▶ “나도 한때 땅끝의 아이 자신만의 동굴에 갖힌 소외된 사람 도울래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과 강인숙 건국대 명예교수의 장녀인 이민아(사진·52) 변호사가 신앙 간증집 ‘땅끝의 아이들’(시냇가에심은나무)을 최근 출간했다.

무신론자였던 아버지를 신앙으로 이끌어 ‘지성에서 영성으로’을 쓰게 하기도 한 이씨는 이번 책에서 이혼과 암 투병, 실명위기, 첫 아이의 사망 등 모진 시련에서 믿음을 키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대 영문과를 조기 졸업하고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이씨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가주 검사로 임용돼 청소년 범죄 예방과 선도에 몸을 담았다. 1989년부터 2002년까지는 LA 지역 부장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1992년 세례를 받고 나서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해 2009년에는 목사 안수를 받고 미국 각지와 호주, 푸에르토리코, 아프리카, 중국 등지를 돌며 설교하고 있다.

책에서 이씨는 어린 시절 늘 바쁘고 점잖았던 아버지로부터 사랑 표현을 받지 못한 일이 오랫동안 상처로 남았다고 고백한다.

“안아달라고 아버지한테 몇 번 엉겼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버지는 그것이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글을 써야 하는데 아이가 귀찮게 하니까 자기도 모르게 몇 번 밀어내셨던 것 같아요. 저는 그것이 일생 동안 저를 공격하는 상처가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어요.”

김한길 전 국회의원과 짧은 결혼생활을 끝낸 이씨는 “그토록 일찍 결혼했던 것도 절대적인 사랑을 줄 것 같던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 때문이었는데 그 상처가 다시 찢어졌다”며 “나는 절대로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절망에 빠졌다”고 쓰기도 했다.

이후 재혼하고 다시 삶의 안정을 찾아가던 이씨에게 1992년 갑상선암 판정과 둘째 아이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 2006년의 실명 위기 등이 잇따라 닥쳤고 급기야 스물여섯 큰아들이 원인 불명의 혼수상태에 빠져 세상을 뜨게 된다.

자신을 “땅끝에 있는 아이였다”고 표현하는 이씨는 신앙으로 고통을 극복하면서 “지금은 나처럼 세상에서 소외되어 자신만의 동굴 안에 혼자서 숨어 있는 사람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병으로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인 이 변호사는 ‘땅끝의 아이들’ 서문에 적었다. “이 책은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저의 사랑, 그리고 저에 대한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들어 있는 책입니다. 이것 말고는 이 책을 더 정확히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책에는 폭력과 범죄, 마약에 빠진 불우한 청소년을 돕는 이씨의 이야기도 담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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