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리·과학·예술’ 을 한데 묶은 아주 특별한 요리책

2011-08-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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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짜리 ‘모더니스트 퀴진’
1,500여개의 레서피 담으며
요리의 모든것 상세히 소개


650달러짜리 요리책이 있다면 믿겠는가?

‘모더니스트 퀴진: 요리의 예술과 과학’(Modernist Cuisine: The art and science of cooking).


아크릴 박스에 든 5권의 하드커버와 젖거나 찢어지지 않는 키친 매뉴얼 북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무게가 40파운드, 총 2,438페이지의 분량과 책 속 활자를 찍어내는데 쓰인 잉크 무게만도 4파운드를 차지하고 있으며, 3,200장의 사진과 1,500개의 레서피가 수록되어 있는 그야말로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요리책이다.

그런데 이 별난 요리책의 저자가 셰프가 아니라 더욱 놀랍다. 네이선 미어볼드(Dr. Nathan Myhrvold), 마이크로 소프트의 최고 기술책임자를 지낸 뒤 최대 규모의 국제 특허전문회사 인텔렉추얼 벤처스(IV)를 설립한 그가 바로 이 요리책의 저자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으며 책에 푹 빠져 지냈는데 “도서관에서 독학으로 음식 조리법을 배웠다. 그러나 왜 요리를 하는지, 음식이 조리되는 원리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한 서적이 없어 늘 아쉬웠다”고 회고하며 그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요리+과학+예술’을 한데 묶어 집대성한 방대한 양의 요리책을 만들어냈다.

책 제작을 위해 2007년 자체 연구소 ‘쿠킹 랩’(cooking lab)을 만들어 IV의 계열사로 편입시켜 셰프, 작가, 편집자, 사진작가, 디자이너, 기술자 등 수십명의 스탭을 고용해 이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주방’을 만들어 책의 준비를 시작했다.

책 속에는 처음 보는 갖가지 요리도구를 비롯해, 갓 잡아서 가죽을 벗긴 동물, 미세한 액체방울, 냄비를 반으로 잘라 속의 내용물이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등, 보통 요리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기한 사진들이 가득하다.

음식의 역사부터 시작해 기초학, 기술과 그 관련 장비들은 물론이고 육류, 해산물, 채소 등 다양한 식재료의 분야를 총 망라하며, 매우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지식을 전달해 안심하고 집에서도 응용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고분자 요리기법인 젤리, 거품, 에멀전 등을 어떻게 만드는지, 재료를 진공 포장하여 물속에서 익히는 수비드(Sous Vide) 기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싸구려 프라이팬이 비싼 제품보다 더 쉽게 요리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마른 옥수수 알갱이에서 팝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 요리하면서 궁금했던 모든 점을 해결해주는 동시에 가장 클래식한 미국요리(마카로니 치즈, 햄버거 등)의 특별한 레서피도 담고 있어, 세상 모든 요리책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대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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