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은 광기, 제 정신을 잃는 것처럼…”

2011-08-05 (금)
크게 작게

▶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 줄리안 모어

“사랑은 광기, 제 정신을 잃는 것처럼…”

에밀리(줄리안 모어)는 식당에서 느닷없이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현재 상영중인 코미디 터치가 있는 사랑의 드라마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Crazy, Stupid Love)에서 30년 간 함께 행복하게 살아온 남편에게 느닷없이 이혼을 요구하는 중년의 위기를 맞은 주부 에밀리로 나오는 줄리안 모어(50)와의 인터뷰가 지난달 19일 뉴욕의 리츠 칼튼 호텔에서 있었다.

창백할 정도로 흰 피부에 갈색 금발머리를 뒤로 매고 소매가 짧은 검은 드레스를 입은 모어는 매우 신선하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상냥하고 친절한 스타 티를 내지 않는 사람으로 질문에 활발하고 직선적으로 대답했는데 쾌활하고 명랑해 삶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함께 있기에 아주 편안한 지성과 미를 겸비한 사람이다.

*어떤 점이 좋아 영화에 나오기로 했는가.
- 사랑과 부부 간의 약속과 결혼이라는 사실적 주제 때문이다. 영화는 사랑과 관계가 우리 삶의 중심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것들은 우리 삶의 조직이다. 그리고 드라마에 코미디 색채가 가미된 것도 좋았다.


*당신이 맡은 극중 인물이 느닷없이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데 너무 충동적이지 않은가. 당신도 그런가.
- 내가 봐도 매우 충동적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남편은 그 즉시로 집을 나가 버리는데 바로 이런 행동들에 그들의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본다. 그들은 상호 대화를 나누기조차 못할 정도가 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충동적이진 않다.

*당신은 남편(41·감독이자 각본가요 제작자인 바트 프러인들릭)과 결혼하기 전 7년을 동거했고 이제 결혼한 지 7년이 되는데 세월이 지나도 둘의 관계를 생기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란 힘든 일이다. 집안일과 직장에 충실하면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지치게 마련이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서로가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고 또 서로를 좋아하고 사랑했기 때문에 가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일이다.

*둘이 아직도 데이트 나이트를 즐기는가.
- 그런 식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설사 그것이 성사되지 않을지라도 무언가를 계획한다. 둘이만 어디로 가자는 것을 얘기하곤 한다. 이젠 아이들도 각기 아홉 살과 열세 살이어서 자기들의 세계가 따로 있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그들과 같이 있어도 사실은 우리들만 혼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여자들도 40대 후반에 들면 중년의 위기를 맞게 마련이다. 여자들이 점차 중년의 위기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보는가.
-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다. 그 때가 오면 도대체 내가 무엇을 갖고 있으며 또 내 앞의 시간은 얼마나 남아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난 과연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으며 이 관계가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인가 등을 묻게 된다. 현재 여자들은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이런 문제와 삶의 균형에 대해 대처하고 있다고 믿는다. 비록 어렵긴 하나 균형을 유지하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영화속 주인공은 너무 충동적 난 그렇진 않아


*영화와 마찬가지로 당신도 13세난 아들(칼렙)이 있는데 아들이 문제가 있을 때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 아이가 내게 대화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나는 아들이 하기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한다. 그러면서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들이 갖고 있는 정보를 수집한다. 그와 함께 있으면서 그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함께 할 기회를 항상 찾도록 노력하고 있다.

*당신은 불가리 모델인데 당신과 보석과의 관계는 어떤가.
- 난 보석을 좋아하고 또 즐긴다. 난 내 보석들에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것들이 대부분 남편이나 부모 또는 친구들이 준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아끼는 보석은 약혼반지로 반지에는 내 두 아이들의 이름이 새겨 있다.


*영화에서 당신은 한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집을 나간 당신의 남편은 차례로 도합 9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 했다. 바람을 피운 것은 당신이 먼저인데 당신은 쫓겨난 남편이 많은 여자와 잤다고 용서를 못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타당한 일이라고 보는가.
- 처음에는 용서를 못한다고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를 용서할 것이다. 그렇지만 트레이시가 깊은 상처를 입은 것만은 사실이다. 둘 다 제 정신이 아니어서 그런데 그것은 아직도 둘 간에 정열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편이 9명의 여자와 잤다는 것에 대해 스테이시가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당신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나쁜 소식을 전하는데 실제로는 어떻게 나쁜 소식을 전하는가.
- 난 계속해 견디기 힘들 때까지 그런 것을 전하기를 미룬다. 그러다 결국 e-메일로 소식을 전한 뒤 그 다음에 전화로 얘기를 나눈다.

*사랑은 광기가 더 큰가 아니면 어리석음이 더 큰가.
- 광기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하게 되면 약간 제 정신을 잃은 것처럼 느끼게 마련이다. 내 남편에 대한 내 느낌이 그렇다고 가끔 깨닫는다.


나쁜소식 전할땐 먼저 e메일한 뒤 전화로 얘기해


*중년 여인의 삶의 위기에 대한 처방이라도 있는가.
- 중년의 위기란 우리가 자신을 재평가하는 때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것에 대한 처방은 우리가 몇 살이든지 간에 가능한 한 그 현재에 머무르는 것이다. 깨어나 살아 있으면서 그 순간에 당신이 갖고 있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당신이 50세가 되었을 때 자신을 재평가했는가.
- 그 전에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100세까지 살지 못할 것이니 사실 50세는 중년이 아니다. 언제나 새로운 10년을 맞게 되면 두려운 법이다. 그러나 그 때마다 아이들과 남편과 같은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새삼 감사를 하게 된다.

*영화 선택은 어떻게 하는가.
- 나는 좋은 작품을 찾아내는데 남 달리 예민하다. 책을 읽기를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좋은 각본을 읽을 때면 즉시로 그것을 판단할 줄 안다. ‘키즈 아 올라잇’과 ‘부기 나잇’이 다 그런 작품들이다.

*당신과 패션과의 관계는.
- 첨단유행을 가는 멋있는 옷들도 있긴 하지만 내 옷장에는 진과 검은 티셔츠 그리고 평상복들이 훨씬 더 많다. 난 패션을 즐기고 또 좋아하지만 보통 때는 늘 진과 셔츠와 재킷 유니폼을 입고 있다.

*당신의 첫 사랑은 누구인가. 그리고 누군가가 당신에게 반했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 난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선 무감한 사람이다. 내 첫 사랑은 내가 10세 때 잠깐 알래스카의 주노에 살았을 때 만난 잘 생긴 아이 더프 미첼이다. 그가 내 첫 애인인데 난 그가 내게 보낸 편지를 아직도 갖고 있다.

그리고 난 이사를 간 뒤로 그를 못 만났다. 그런데 내가 어느 인터뷰에서 그에 관한 말을 한 것을 본 더프가 내 홍보 담당자에게 자기 전화번호를 남겼다. 몇 년 전 일로 그는 아직도 아이들과 함께 알래스카에 살고 있다. 우리는 전화로 과거를 회상하며 세월의 흐름을 얘기했다.

*어렸을 때 벽에 연예인 사진을 붙여 놓았었는가.
- 다니 오스몬드와 마이클 잭슨이다. 한 가게에서 파카로 위장한 마이클을 본 적이 있고 다니는 ‘투데이 쇼’의 무대 뒤에서 만났다.

*당신은 케이블 TV HBO의 영화 ‘게임 체인지’(Game Change)에서 새라 페일린으로 나오는데 그에 관해 말해 달라.
- 각본이 매우 강렬한 흥미를 이끄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페일린에 관한 모든 자료에 깊이 탐닉했다. 그의 정치토론과 TV 출연 그리고 집회 참석 모습 등을 샅샅이 연구하고 그에 관한 책들 그리고 지난 선거에 관한 책들을 또 그가 쓴 책을 모두 읽었다.

그리고 테입으로 그의 육성을 연구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결코 내가 페일린이 될 수는 없다. 그는 언제나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내가 당면한 도전이란 영화의 세계에서 페일린이 되는 것인데 우리는 거기서 그를 대신해 표현할 뿐이다.

감정적으로 또 영화적으로 가능한 한 어떻게 그 세계를 정확하게 표현하느냐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런데 내가 페일린을 연구하면서 얻은 결론은 그가 진짜로 포퓰리스트라는 사실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