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너희는 ‘나의 힘’으로 살라

2011-06-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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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인의 신앙

사람은 누구나 마음이 산란하고 불안할 때가 있다. 근심은 인간이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그래서 누구나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골칫덩어리다.

수년 간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집 페이먼트가 힘들어지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집을 잃을까 봐 걱정을 한다. 집을 지닌 사람들도 이상기후로 지구촌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폭우로 강이 범람하고 허리케인이 빈번해지자 지붕이 날아가거나 비가 새지나 않을까 염려한다. 갑자기 집 화장실이 막혀 물이 바닥으로 흐르기도 하고, 옷장 안의 옷걸이 받침이 무거운 옷들 때문에 떨어져 엉망이 되는 것을 보게 되는 것 또한 인생이다.

이런 황당한 일들이 예기치 않게 생겨나는 것이 인생이기에 우리 마음 저변에는 근심과 걱정이 앙금처럼 쌓여 있다. 조그만 일만 생겨도 괜히 불안해져서 하느님을 의지하지 않으면 행복과 평안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기 쉬운 것이 우리네 삶 아닌가.


인생의 값진 축복은 그래서 ‘평안’이다. 근심과 두려움과 걱정거리에서 해방되는 것이 바로 평안이다. 이 평안을 매순간 밀려닥치는 험한 인생의 파고 속에서 어떻게 맛볼 수 있을까. 인간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말이다.

그런데 성서를 보면 놀라운 장면이 나온다. 사나운 물결이 배 안까지 들이닥치면서 배가 거의 파선할 위기인데도 예수님은 편안히 주무시고 계셨다는 구절이다. 그 때문에 삶의 평안은 ‘하느님’ 축복 아니면 얻어낼 수 없다. 마치 장난꾸러기 악동이 평화롭게 놀고 있는 어항 속의 물고기를 흔들어대듯, 악의 세력이 인생 삶을 흔들어대기 때문이다.

‘주님, 산다는 것이 정말 힘듭니다. 휘몰아치는 폭풍우가 두렵습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습니다. 더 큰 두려움이 엄습해 올 것 같아 두렵습니다. 비바람을 뚫고 앞으로 노를 저어보지만, 자꾸만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인생길에 풍랑은 더욱 거세지고, 시름은 매일 매일 깊어만 갑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하느님께 이런 하소연의 기도를 드려 보았을 것이다. 사업의 실패,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갑작스럽게 엄습하는 질병과 사고들, 어느날 내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거대한 폭풍 같은 일들이 우리 앞에 닥칠 때가 있다.

마치 캄캄한 터널 속에 갇힌 것처럼 모든 것이 암담하고 두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렇게 우리 삶이 좌절과 함게 어둠과 절망과 두려움에 빠져 있을 때, 우리 모두는 영혼 깊숙한 곳에서 속삭이듯 들려오는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두려워 말라. 내가 세상 끝날 때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 이는 우리 인간에게 약속해 주신 하느님의 말씀이다.

우리는 삶의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이 “말씀”하나를 붙들고 용기를 내어 어둠과 폭풍우를 견디어 내야 한다. 풍랑 이는 조각배 안에서조차 평안을 느낄 수 있으셨던 그분의 ‘믿음’의 힘은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살듯, 너희는 나의 힘으로 살라” 하신 그 ‘말씀’이 아닌가.


김 재 동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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