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춘은 아름다워라

2011-06-18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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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생신은 기억 못해도 그의 생일은 어김없이 기억했다. 어디 생일뿐이겠는가?

그의 생일은 10월14일이었고 그가 29세를 갓 넘기던 1969년 10월로 기억되는 어느 날 시민회관에서 클리프 리처드 공연이 있었다. 공연 당일은 저녁때까지 학생들을 하교시키지 않겠다는 학교 측의 선언이 있었으나 우리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친구 은주는 피넛버터 반통과 물을 먹고 일부러 배탈을 내 조퇴하는데 성공했다. 나와 다른 친구 경애는 아픈 은주를 집에 데려다준다는 명목으로 학교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셋은 콘서트 장으로 향했다.


우리는 무대 가까이 앉아 그가 나오기만을 숨죽여 기다렸다. 드디어 까만 더블버튼 양복에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그가 나왔는데, 인사말도 하기 전에 몇 학생은 기절하여 앰뷸런스에 실려 나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아버지의 불호령을 감수해야 했고, 다음날 시험에서 하얀 답안지를 낼 수밖에 없었다. 교무실에 불려가 박수쳐서 부어오른 손바닥에 매를 맞았다. 게다가 어머니까지 담임선생님의 호출로 학교에 다녀오신 후 이마에 흰 수건을 쓰고 몸져 누워버리셨다.

이렇게 나는 그 일로 인해 커다란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외롭지 않았으니 내게는 그가 노래하며 던져준 손수건이 있었다. 손수건 하나로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해졌고, 친구들은 틈만 나면 보여 달라고 모여들곤 했다.

세월은 잘도 흘러서 어느 덧 내가 그 시절 나의 어머니 나이를 넘은지 오래다. 순수했던 그 시절이 몹시 그립다. 역시 청춘은 아름답다.


강영혜/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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