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몽골 유목민들을 사진 찍기 위해 사막에 홀로 있는 겔(유목민의 천막집)에 들렀을 때다. 몽골인 가족들이 모여앉아 비디오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한국 TV연속극이 아닌가.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 목동에게 한국 TV연속극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것 없으면 못살 정도라고 했다. 깊은 내륙에 살고 있는 몽골인들은 한국비디오를 빌리기 위해 2-3일 말을 달려 수도인 울란바토르까지 온다고 했다. 한 번에 한달치씩 빌려간다는 것이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 또 한번 있었다. 일본 나고야에서 교환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가 미국에 잠시 들러 일본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배용준의 ‘겨울연가’ 때문에 일본 내에서 한국 붐이 일어나 동네 여기저기서 일본인들이 자기부부를 초대해 한국문화와 김치 담그는 법을 물어보는 바람에 즐거운 비명이라고 했다.
사실 배용준 신드롬이 있기 10여 년 전 일본에는 조용필 신드롬이 있었다. 주LA 상사지사협회 부인독서회에서 필자에게 강의를 부탁해 모임에 간적이 있는데 이들이 열렬한 조용필 팬인 것을 보고 신기하게 여긴 적이 있다.
요즘에는 파리에서 일고 있는 K-Pop 열풍이 또 믿어지지가 않는다.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한국가수들에 대해 데모가 있었다고 해 한국인들이 또 무슨 실수를 저질렀나 하는 걱정이 머리에 스쳤는데 데모내용이 그게 아니다. 한국가수 공연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 앙콜 공연을 해달라고 하는 데모였다. 세상에 이런 데모도 있나. 가수들은 소녀시대, 동방신기, 수퍼주니어, 샤이니, 에프엑스등 아이돌 그룹이라고 했다.
결국 앙콜 공연이 이루어졌는데 공연 이틀 전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가하면 공연장에는 태극기가 물결치고 “감사해요”라는 사인까지 등장했다. 독일에 광부를 파견해 박정희 대통령이 이들 앞에서 연설하며 눈물을 글썽이던 때가 어제 같은데 50년 만에 코리언 이미지가 이렇게 변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배용준, 중국에서는 대장금의 이영애, 그리고 지금 유럽에서 K-Pop의 아이돌 신드롬이 일어나 한류열풍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한류’란 말은 2000년 대 초 중국에서 한국인 가수들의 인기를 중국 언론이 표현한 단어다. 이 한류가 지금 세계로 번지며 ‘코리아’라는 이미지를 새롭게 떠올리고 있다. 한류는 현대, 삼성, LG와 함께 한국 수출품의 상징이다. 한류는 유럽뿐만이 아니다. 멕시코, 이집트, 러시아, 태국, 이란, 터키, 몽골 등에서도 한류열풍이 뜨겁다.
무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는 지났다. 미국 이미지가 세계에 군림하고 있는 것은 항공모함 파워가 아니라 할리웃 파워다. 20세기 들어 할리웃 영화와 팝송이 세계로 번지면서 미국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힘은 총의 힘이 아니라 영화와 노래의 힘이다. 미국문화가 중동에 번지고 있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아랍이다. 마침내는 문화충돌이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징기스칸 신화는 21세기에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지금은 ‘문화영토’ 시대다. 훌륭한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다. IT산업과 소셜 네트워크가 발달해 작은 나라가 세계문화를 지배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다. K-Pop의 인기가 유럽에서 얼마나 갈지는 두고 봐야 겠지만 한류의 수준을 높혀 잘만 글로발화 시키면 코리아가 세계정상에 우뚝 서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