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화와 마케팅

2011-06-11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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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미국인들이 김치를 얘기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지난 1일 맨하탄 스파이스 마켓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입구에는 영화제에나 어울리는 레드카펫까지 깔려 있었고 연예인 등 약 750명이 몰렸다. PBS에서 방영중인 김치 연대기의 홍보 파티가 열린 날이었다.

신문, 잡지, TV 기자들 앞에서 장 조지 봉거리첸과 한국계 부인 마르자 등 프로그램 출연진들의 인터뷰 내용은 거의 김치와 한국 음식에 관해서였다.

‘엑스맨:퍼스트 클래스’ 개봉을 앞둔 울버린, 휴 잭맨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치 연대기 출연 인연으로 자리에 참석한 헤더 그레이엄과 휴 잭맨은 이날 행사가 끝날 때까지 3시간 여 동안 자리를 지키며 홍보대사에 버금갈만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평소 한식 애호가로 알려진 이들은 언론 앞에서 김치뿐 아니라 한식 예찬론을 펼쳤다.

휴 잭맨은 “김치와 갈비가 가장 좋아하는 한식”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한국문화와 사람을 알리는데 한국 음식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리얼리티 쇼인 ‘리얼 하우스 와이프 오브 뉴욕시티’ 출연자 질 자린을 비롯, 행사에 참석한 이들의 사진은 한국음식을 홍보하러 왔다는 설명과 함께 6월 OK 매거진, 피플 등 미 잡지에 실렸다.
이들의 파급효과를 지켜보면서 그동안 정부와 민간단체 등이 주축이 된 한국 알리기 행사에 홍보대사로 참석한 한국의 연예인들이 생각났다.
한인들 사이에서야 화제가 될 일이지만 정작 한국을 알려야 할 대상은 이곳 현지 사람들이다. 이곳 기자들조차 홍보대사의 이름도 모르니 행사 홍보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냈는지는 의문이 든다. 홍보대사로서 당사자들이야 노력은 했겠지만 결국 한국의 문화를 한인들끼리 얘기하고 끝내는 ‘우리들만의 잔치’가 됐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이곳 사람들에게 친숙한 인물을 내세워야 우리 문화와 음식을 미국에 더욱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다. 꼭 스타들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미국인들에게 알려진 인물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인인사가 “뉴욕에서는 젊은이들이 김치를 먹을 줄 알아야 지식인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지만, 아직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효과적인 홍보 전략을 통해 한식과 한국 문화가 그렇게 대접받기를 바란다.


최희은
뉴욕지사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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