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타임’ 2편 페이크 다큐 ‘돈’ 9일 방송
"실제로 넣어보니까 사과 박스에는 1억5천만원이 들어가고 여기 라면 박스에는 1억, 과자 상자에는 7천만원이 들어가더라고.."
장세춘(66)씨는 카메라를 든 방송 제작진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허름한 장 씨의 방안 한구석에는 사과 상자 여러 개가 쌓여있었다. 사과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수십억원 어치의 만원권 돈다발.
장 씨 아들의 제보를 받고 찾아간 제작진에게 장 씨는 사람들의 양심을 시험하기 위해 전 재산을 건물 옥상에서 뿌리겠다고 말한다.
실제 방송 제작진이라면 솔깃한 이야기지만 안타깝게도 허구의 상황이다.
이 장면은 MBC의 창사 50주년 다큐멘터리 시리즈 ‘타임’ 2편 ‘돈’의 일부다.
오는 9일 밤 11시5분 방송되는 ‘돈’은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광식이동생 광태’의 김현석 감독이 연출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영화를 통해 재기발랄한 연출 감각을 보여준 김 감독은 허구의 인물 장세춘이 2억원의 현금을 허공에 뿌리게 된 사연을 추적하며 허구와 실제를 조합해 돈과 인간의 상관관계, 더 나아가 물질주의에 찌든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그린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다큐에서 장 씨는 우여곡절 끝에 전재산 대신 2억원을 여의도 한복판에 뿌린 뒤 돈을 주워 돌려준 사람에게 주운 돈의 10배를 보상해주겠다고 공언한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3월 27일 여의도 한국노총 앞 사거리에 만원짜리 현금 수만장이 뿌려졌다.
순식간에 거리는 돈을 줍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을 이뤘고 일대의 교통은 마비됐다.
돈을 줍는 사람들은 돈을 받고 동원된 엑스트라들이었고 정신없이 클랙슨을 울리는 10여 대의 차량도 동원 차량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진짜 돈인줄 알고 주웠다가 소품이라고 찍힌 것을 보고는 실망하는 기색을 나타내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김 감독은 장 씨의 사연과 일련의 소동을 통해 돈을 둘러싼 금융권과 정치권의 문제를 건드린다. 우리나라의 돈이 모여든다는 여의도 금융가 한복판에 돈을 뿌리는 행위는 이 같은 과정의 하나라고 제작진은 설명한다.
내레이터는 김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박철민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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