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대의상 디자인은 시대·스토리 이해해야”

2011-05-27 (금) 12:00:00
크게 작게

▶ 전설적 디자이너 윌라 김씨

“연극이나 영화의 의상 디자인은 패션 디자인과는 전혀 다릅니다. 감독·배우와 끊임없이 교감하고 스토리 전체를 이해해야 하며 여러 분야와 시대상황을 이해하고 공부해야 하죠”

무대의상 디자이너로서 토니상과 에미상을 각각 2번씩이나 수상한 윌라 김(사진·94·한국명 김월라)이 18일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인 디자이너 작품 전시회에서 참석, 무대의상 디자인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94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과 뚜렷한 목소리의 그는 아시안 여성으로 미 예술공연계에서 활동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어떤 인종이냐는 중요치 않다.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인으로서는 드물게 할리웃 영화, 뮤지컬의 의상을 디자인하면서 무대예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을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은 디자이너다.

1910년대 이민 온 독립운동가 김순권씨의 4남2녀 중 장녀로 LA에서 태어난 김씨는 셰나르 아트 스쿨에서 공부한 후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에서 디자이너로 첫 발을 내디뎠다. 화가가 되고 싶었던 그는 학창시절 담당교수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영화사에 보내는 바람에 무대의상 디자이너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뉴욕으로 이주한 그는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다가 1966년 ‘말콤’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했고, 1981년 ‘소피스티케이티드 레이디스’(Sophisticated Ladies)와 1993년 ‘윌 로저스 폴리스’로 2차례 토니상 의상상을 수상했다. 1981년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이 공연한 ‘템피스트’와 1984년 ‘어 송 포 데드 워리어스’(A Song for Dead Warriors)로 에미상
의상상도 받았으며 2007년 ‘무대예술 명예의 전당’ 인물로 선정됐다.

1993년 작고한 프랑스계 미국인 작가 윌리엄 펜 뒤보아가 남편이고, 한인 최초의 미군장교로 특별 무공훈장을 받은 김영옥씨가 동생인 윌라 김씨는 함께 활동했던 뮤지컬 배우 중 줄리 앤드루스를 가장 좋아한다며 “무대의상 디자이너로 살았던 평생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연합>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