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제는 ‘종교테크’까지

2011-05-2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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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매개로 한 모임은 신앙공동체이다. 이런 공동체를 통해 사람들은 영적인 위로를 받고 현실의 고민들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종교적 모임이라고 해서 순수한 영적 동기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상당히 세속적인 욕구들이 뒤섞여 있다.

교회의 경우를 보자. 교회는 일차적으로 영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다른 기능도 수행한다. 교회에 모임으로써 사람들을 사귀고 정서적 만족을 얻는다. 공동체가 와해된 사회에서 신앙을 매개로 한 조직의 비중과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회적 기능은 미주 한인교회들의 경우 한층 더 두드러진다. 미주 한인들은 거의 70%가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독교인 비율이 한국보다 훨씬 높다. 한인들이 교회에 나가는 이유는 물론 신앙적인 것이 가장 크겠지만 다른 한인들과 교유함으로써 이민생활에서의 외로움을 달래려는 욕구가 크게 작용한다. 또 교회를 통해 자녀 교육에 도움을 받으려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교회는 그냥 지나치기 힘든 비즈니스의 ‘황금어장’이 되기도 한다. 잘만 하면 경제적인 기회까지 찾을 수 있는 곳이 교회이다. 어쨌든 사람들은 신앙이라는 기본적인 이유에 이런 저런 동기를 더해 교회를 찾고 있으며 교회들도 이런 세속적 욕구를 성장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교회들은 최근 10여년 사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주 독특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교회를 다니느냐가 곧 그 사람의 신분을 말해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사회적 지위부여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높은 평판을 얻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교회에 출석함으로써 자신을 그런 부류의 사람으로 부각시키려는 동기를 말한다.

이런 현상은 특히 남과 나를 구별하려는 풍조가 강한 곳에서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대형교회 교인들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해보면 응답자의 상당수는 이런 동기에서 출석교회를 선택했다고 밝힌다. 특히 강남 대형교회의 많은 교인들은 “현재의 교회가 수준 높은 식자층과 중산층이 다니는 교회로 널리 알려져 있어 나오고 있다”고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교회 목사의 설교내용과 교단의 교리 등을 고려해 교회를 선택하던 과거와 달리 교회의 겉모양과 사회적 평판을 우선시 하는 대형교회 교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교회의 신자가 됨으로써 중산층으로 동일시되기 원하는 욕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목회자의 노력과 능력으로 교회가 어느 정도 대형화 되면 왜 그런 교회들은 ‘저절로’ 더 커지는지 잘 설명해 준다. 일부 신자들의 대형교회 선택은 명품을 소비하는 심리와 비슷하다.

교회를 통해 심리적인 신분상승을 꾀하고 정서적 결핍감을 충족하려는 욕구는 뭐라 할 것이 못 된다. 또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교회 선택의 자유가 있는 한 쏠림현상 역시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문제는 그런 ‘끼리끼리’ 의식이 종종 교회를 출세의 디딤돌로까지 전락시킨다는데 있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대통령이 출석하던 강남 소망교회 교인들의 편중된 인사발탁이 여러 차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개각에서도 지난 3월까지 소망교회를 다닌 것으로 드러난 장관 후보자에게 이런 시선이 쏠렸다. 당사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다닌 시점과 헌금액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교회 자체가 권력화 되는 것도 모자라 그 안에서 세속적인 권력이 거래되고 분배된다면 이는 참다운 공동체의 모습이 아니다. 예수가 분노의 목소리로 일갈하면서 상을 뒤엎었던 성전 앞 장사꾼들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공동체 내의 독특한 유대감을 공적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키는 분별력 없는 행위는 그 종교와 교회를 욕보이는 일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탁월한 문화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종교는 성공을 위한 일차적이고 가장 중요한 테크닉”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소망교회를 둘러싼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베네딕트의 통찰을 떠올리게 된다. 잘 살고 출세하려면 이제는 재테크뿐 아니라 ‘종교테크’까지 뛰어나야 한다는 조롱(혹은 냉철한 현실처방)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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