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늘나라 내신성적

2011-05-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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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을 앞둔 자녀를 가진 엄마들의 주 관심사가 내신성적이다. SAT 점수뿐 아니라 평소 학교성적을 종합해서 입학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일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들도 ‘고3병’이 생길 정도로 엄청난 부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여섯 자녀 중 첫째가 대학을 졸업했고, 둘째가 대학 2학년, 3, 4, 5, 6번이 9, 7, 6, 4학년이다 보니 아이들 숙제와 프로젝트, 공부 뒤치다꺼리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형제들이 많은 덕에 자기들끼리 자급자족(?) 하는 법을 익혀 과외를 받지 않아도 잘 따라 가는 것을 보면 육남매를 낳아 기르는 보람과 행복이 배가된다.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습관화하면 좋은 내신성적 받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부모의 잔소리 때문에 공부하는 학생보다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얻는다. 스스로 공부하는 게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의 공통적인 바람이지만 그래야 할 동기를 발견하지 못하면 학생이나 선생님, 부모 모두 어려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9~12학년까지, 적어도 4년 이상 성실하게 공부해야만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기에 몇 번 시험 잘 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다 알듯이 마라톤처럼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 강한 인내심과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세상의 대학을 목표 삼고도 이렇게 오래 수고의 떡을 먹는다. 그런데 안개같이 짧은 인생을 마치고 영원히 살아야 할 내세를 위해서는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천국과 지옥을 믿는다면 인생의 덧없음만 한탄할 것이 아니라 영원한 천국에서 받을 상급과 심판을 염두에 두고 인생 마라톤을 더 잘 뛰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러 나 자신을 돌아보면 겁이 덜컥 난다.


세상의 내신성적은 부정직한 사람은 컨닝도 하고 심지어 성적조작도 할지 모르지만, 삶을 마감하고 하나님 앞에 설 때는 우리 인생 성적표에 기록된, 가감할 수 없는 정직한 점수를 만나게 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성경은 단호하게 말한다. ‘너희의 행한 대로 내가 시행하리라’.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마지막 점수는 살아 있는 동안에만 높일 수 있는 것이기에 우리는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세상의 점수는 답안지에 좌우되지만 하늘 내신성적은 단순한 결과보다 일의 동기, 즉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성경은 말한다. 이웃에게 베푼 선행보다 어떤 마음으로 그를 도왔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어떤 큰 행사를 해서 박수를 받고 유명해진 것은 아예 ‘빵점’이란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를 정도로 겸손하고 덕스럽게, 도움 받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동기와 과정이 많은 점수를 받는단다. 허세를 부렸던 가식적 행동들은 낙제점을 받게 되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꾸준하고 성실하게 베푼 작은 사랑은 A+를 받는다고 말한다.

천국 내신성적은 영원히 거할 하늘나라 맨션의 재료가 되기에, 비록 이 땅에서 가난하게 살았어도 천국에서는 대궐 같은 집에서 살리라는 소망을 우리는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예수님을 믿고 마음에 천국이 이뤄진 사람은 세상의 헛된 욕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있는 것이 아닐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누릴 수 있는 능력! 우리는 그것을 ‘믿음’이라고 부른다.

오늘도 믿음으로 사는 인생을 꿈꾸며 5월을 달려간다.


정 한 나
(남가주광염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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