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금 투자 신중해야

2011-05-14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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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한국이 IMF 외환 위기를 맞아 금모으기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가짜 금송아지, 가짜 금 두꺼비 이야기는 당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장롱에 숨겨둔 금제품을 들고 나왔다가 사실은 금이 아니라 파라핀을 채운 도금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당시 피해자들의 인터뷰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의 외환위기 못지 않게 불황을 맞고 있는 미국에서도 최근 이 같은 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맨하탄의 한 한인 보석상에서 본 금이 다 벗겨진 회색의 흉물스럽던 수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인 피해자가 금수저인 줄 알고 신주단지처럼 모셔놓던 보물이었다. 이 피해자는 제품을 팔기 위해 매장에 갖고 와서야 가짜라는 걸 알았다.

골드 코인, 18K 목걸이와 반지 등 최근 들어 피해액수는 커지고 있다. 가짜 골드 코인은 은을 도금한 제품이었다. 실버 코인에 새겨진 은 인증 표시인 ‘999 fine silver’에서 silver를 녹여 없애는 등 누가 봐도 골드 코인과 구분이 쉽지 않은 정도로 정교한 가짜 금제품이었다.

한인 보석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값 인상으로 금 투자에 관심이 몰리면서 가짜 금을 팔고 다니는 브로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용실, 네일 업소, 잡화점 등 한인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소를 찾아 전문가들의 도움을 즉석에서 받기 어렵고 업소 운영으로 바쁘다는 점을 악용, 가짜 금을 진짜인 것처럼 팔고 있다는 것이다.


킴스 보석측은 “딜러를 사칭하는 이들이 거래 초반에는 진짜 금 제품을 보여주었다가 정작 거래가 성사될 때는 가짜 금으로 바꿔치기 하는 것”이라며 “전문가의 조언 없이 금을 함부로 구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 피해자는 가짜 금 제품을 이빨로 깨물어 보는 등 검정 과정을 거쳤다고 스스로 확신하고 구입했지만 허사였다. 플러싱 한인 보석상들에도 최근 들어 가짜 금반지와 금 목걸이를 거래하겠다고 찾아오는 피해자들이 빈번해지고 있어 업주들이 황당해하고 있다. 길거리 노점상이나 무허가 업소에서 구입했다가는 대부분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금은 5월 들어 이미 온스 당 1,577달러77센트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 1999년 8월 이후 6배나 상승한 값이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1월까지 30%는 더 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8개월 안에 온스 당 2,0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이다.

금값이 계속 뛰다보니 투자가치가 금보다 높은 것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투자에 필요한 것은 의욕이 아니라 혜안이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투자 의욕이 어느 때보다 충만한 시기이지만 제대로 된 안목과 식견이 없이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최희은
뉴욕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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