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타운 표지석 복원의 교훈

2011-05-1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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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은 비교적 혼잡한 프리웨이 보다는 로컬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비치 블러버드 남쪽 방향을 따라 가다가 가든그로브 블러버드에서 좌회전하면 곧장 한글 간판이 즐비한 한인타운으로 들어오고 몇 블락 지나면 ‘아리랑 마켓’ 몰내 OC지국에 도착한다.

지난 2008년 말까지만 해도 출근길에 ‘어서 오십시오’, ‘Korean Business District’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표지석을 매일 아침 마주쳤다. 그러나 이 표지석은 약 2년4개월 전인 2009년 1월 지나가는 운전자에 의해 부서진 후 흉물스럽게 1년여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그 당시 이곳을 지나갈 때 마다 짜증스러웠다.

표지석 파손직후 한인사회 인사들은 타운 미관을 더럽히고 이미지를 훼손시키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인근의 한 한인업주는 타 민족 고객들도 많은데 부서진 표지석을 볼 때 창피하고 이 때문에 장사가 잘 안 될까봐 걱정까지도 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표지석 건립의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고 ‘관할’ 단체라고 할 수 있는 OC한인상공회의소는 당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명의 회장이 연달아 사임하는 등 내부 문제에 시달려 겨를이 없었다. 표지석 복원이 상의 내에서 거론되기는 했지만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결국 훼손된지 한해가 지난후인 작년 3월 가든그로브 시청에서 부서진 표지석을 깨끗하게 치웠다. 보기 흉하게 나뒹굴던 표지석의 파편은 청소됐지만 타운을 알리기 위해 우리 손으로 만든 ‘얼굴’은 사라진 셈이다.

그 이후 한인 상공회의소가 정상을 찾으면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표지석 복원에 나섰지만 필요한 기금 1만5,000여달러를 마련하는데 또 다시 1년이 걸렸다. GG시에서 5,000달러를 지원했고 지난번 상의 골프대회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기금을 모았으며, 한인 인사들이 개인적으로 도네이션도 했다.

현재 미국 회사에서 표지석을 제작 중으로 늦어도 이번달 말까지는 복원식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한인 상의측은 보고 있다. 표지석이 파손된 지 2년4개월 만에 다시 제 모습을 찾게 된다. 웬만한 샤핑몰 건립도 2년 정도면 충분한 시간인데 작은 표지석을 복원시키는데 그 보다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린 셈이다.

표지석 복원을 준비하면서 한인상공회의소 실무진들은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따랐을 것이다. 또 요즈음 같은 불경기에 기금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표지석을 예전의 모습 그대로 복원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될지 모른다.

그러나 한인타운에 베트남 간판이 하나 둘씩 계속 생겨나고 있고 인근 거주자도 베트남계가 압도적으로 많은 등 한인 타운이 ‘위협’ 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타운의 재산이자 상징물 중의 하나인 표지석 복원에 한인사회에서 어느 정도 ‘깊은 관심’을 갖고 발 빠르게 대처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한인타운 중심부인 가든그로브와 브룩허스트 블러버드 트라이앵글 자리에 중국계 개발업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주택 단지와 상가 건립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타 민족들이 대거 몰려들 것이 확실해 공들여 키워놓은 타운 미래가 어떻게 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와있다.

앞으로 한인타운 표지석 파손 보다 더 심각하게 한인타운의 이미지에 손상을 주거나 타운 한인상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인타운을 우리가 가꾸고 손질하고 지키지 않으면 누가 대신해서 나서 줄 사람도 없다. 이번 표지석 복원이 40여년 동안 피땀 흘려 가꾸어온 한인타운을 다시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태기 부국장·OC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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