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빈 라덴 효과’

2011-05-1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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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중에 세계 역사를 바꿔 놓은 작품을 하나 들라면 어느 것을 꼽아야 할까. 아마 조디 포스터가 나온 ‘택시 드라이버’가 아닐까. 약간 정신이 이상했던 존 힝클리는 이 영화에 나온 조디 포스터를 보고 반해 15번 영화를 내리 보는가 하면 포스터가 예일대에 입학하자 예일대에서 작문 강좌를 들으며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포스터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급기야는 그녀의 주의를 끌기 위해 레이건 대통령을 암살하기로 하고 1980년 3월 30일 지근거리에서 총을 발사한다. 총알이 몇 인치만 옆으로 이동했더라면 심장을 관통했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레이건은 즉사했을 것이다. 그렇게 됐을 경우 군비 경쟁으로 소련을 파탄 나게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며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미국 경제의 부흥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총알은 심장을 빗나갔고 레이건은 목숨을 건졌다. 뿐만 아니라 그는 수술실에 실려 가면서도 “의사가 공화당원이면 좋겠다”는 등 여유 있게 농담을 주고받고 퇴원 후에는 70대 고령에도 불구하고 원기 왕성한 모습을 보여줘 국민들의 믿음을 얻었다. 경제 개혁 초기의 어려움과 리버럴 진영의 비판을 이겨내고 재선에 성공하며 소위 ‘레이건 혁명’을 완수할 수 있었던 것은 암살범의 저격을 견뎌내고 살아남으며 얻은 인기 덕이 크다.


레이건과 비슷한 철학을 가지고 국내 경제 개혁과 대소 강경 노선을 밟은 영국의 대처 총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79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면서 노조의 횡포를 막기 위한 과감한 개혁 정책을 폈지만 초기에는 개혁의 효과보다는 실업자가 양산되는 등 부작용이 더 컸다. 다음 번 선거에서 낙선이 확실시 되던 1982년 아르헨티나는 느닷없이 영국령이던 포클랜드 섬을 침공, 점령했다. 영국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작은 섬을 지키기 위해 설마 군대를 파견할까 하는 아르헨티나 군부의 오판으로 내려진 사건이었다.

그러나 대처는 대 함대를 파견, 아르헨티나 군을 묵사발 내고 포클랜드를 탈환함으로써 지도자로서의 결단력을 보여줬다. 아들까지 공군으로 참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처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으며 국민들은 경제 개혁으로 인한 고통을 감수했다. 다음 총선은 대처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났고 경제 개혁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대처에 대한 지지도는 더욱더 올랐다.

오사마 빈라덴 제거에 성공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2년래 최고인 60%를 넘어섰다고 한다. 대통령이 아무리 원하는 정책을 펴고 싶어도 국민들의 지지가 없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도 따라줘야 하지만 본인이 과감한 도박도 해야 한다. 이번 오사마 제거 작전의 성공률은 반반이었고 실패할 경우 오바마와 미국은 국제적 비난과 함께 망신을 각오해야 했다. 그러나 작전은 성공했고 그 결과 오바마는 그 열매를 즐기고 있다. 오바마가 이렇게 번 정치적 자산을 어떻게 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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