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1-04-26 (화) 12:00:00
마셔, 너 같은 년 처음 봐
이년아 치마 좀 내리고, 말끝마다
그렇지 않아요? 라는 말 좀 그만 해
내가 왜 화대 내고 네년 시중을 들어야 하는지
나도 한시름 덜려고 와서는 이게 무슨 봉변이야
미친년
나도 생이 슬퍼서 우는 놈이야
니가 작부ㄴ지 내가 작부ㄴ지
술이나 쳐봐, 아까부터 자꾸 흐드러진 꽃잎만 술잔에 그득해
귀찮아 죽겠어, 입가에 묻은 꽃잎이나 털고 말해
아무 아픔도 없이 우리 그냥 위만 버렸으면
꽃 다 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게
니는 니가 좀 따라 마셔
잔 비면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지 말고
술보다 독한 게 인생이라고?
뽕짝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술이나 쳐
또 봄이잖니
함성호(1963 - ) ‘벚꽃 핀 술잔’ 전문
흔히 말하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줄거리가 있는 미니픽션(mini fiction)같은 시를 찾는다면 함성호 시인의 시를 권하고 싶다. 말하고 보니 나도 한심한 놈이다. 언제 저 벚꽃이 다 저버릴지 모를, 이 아까운 봄날에 누가 소설이니, 시니 하면서 열심히 찾고 있을까. 화자도 한시름 덜려다가 오히려 작부의 넋두리까지 덤터기를 쓰게 된다. 술보다 독한 게 인생이라고? 뽕짝 같은 소리 그만 덮고 술이나 쳐. 하는 화자의 유혹을 털어버리기 힘들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