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어난 재앙, 연평도에서 죽은 46인의 영정, 아랍권에서 일어나는 살육과 죽음의 소식, 한국 과학기술원에서 일어난 어느 청년의 자살 소식…도처에서 터져 나오는 죽음의 소식을 들으며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묻곤 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자의 말을 상기하며 그래도 미래는 지속된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특히 한 청년의 자살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기에, 죽음에 이를 정도로 홀로 고립되어 고통 받았을 수재 청년의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깊었을까 가슴이 저며 온다.
아무도 소년과 소녀들에게 어떻게 살아가는 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 무지가 매혹적이기도 한, 범접할 수 없는 순진함으로 인해 그 앳된 자태와 몸짓에 아름다움이 넘치는 청소년들은 그 자신조차 알 수 없는 고뇌와 함께 온몸으로 부딪쳐 삶을 깨쳐나간다.
80년대에는 앳된 청년들이 분신자살을 해 가슴 아프게 하더니, 그래도 살아있음이 더 좋고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는 것을 일깨워줄 스승도 없이 사라져간 청년의 외로움과 청년을 자살로 몰아가는 사회의 구조에 분노를 느낀다.
찬 겨울, 달빛 아래 피어 있는 매화 한그루 … 29세에 처형당한, 비분강개한 청년이 남긴 매화 그림에 눈길이 간다. 기백이 넘치고 간결한, 순수의 극치에 이른 듯 한 필치의 빼어난 아름다움이 꽃 피기도 전에 꺾여 버린 청년의 죽음을 애도하게 한다. 왜 살고 죽는 것인가. 삶의 피할 길 없는 비극과 고난은 어떻게 승화되어 우리에게 삶의 충일함과 환희를 줄 수 있는 것일까.
병자호란 후 청나라와의 화의를 반대하고 저항하여 29세의 젊은 나이에 처형당한 오달제의 매화는 역사의 고난 속에서 살아남아 가슴을 울리는 기막히게 아름다운 매화그림<사진>이다.
“Tonight … Such a Beautiful Night … 너를 찾아 … 날 비춰주는 저 달빛 아래로 … 나 홀로 가여운 이 밤 … 그댈 찾아서 … 끝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 “
가는 곳마다, 마켓에서, TV에서 빙뱅의 ‘투나잇’이라는 노래가 흐른다. 그들의 춤을 바라보며 이 찬란한 봄을 살아갈 생기를 되찾는다.
재앙과 고난 속에서도 충일하고 환희에 찬 삶을 창조해 나가는 소년들의 활력과 재능을 바라보며 어둠과 빛이 함께 하는 삶, 고통이 바로 기쁨이라는 삶의 지혜를 깨닫는다.
가히 ‘천재’라고 느껴지는 G. 드래곤의 현란한 작곡에 감탄하기고 하고 춤을 가장 잘 춘다는 ‘태양’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의 절제되고 힘찬, 아름다운 몸짓을 바라보며 삶의 활기를 배우기도 한다. 친구는 ‘포화 속으로’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중 빅뱅의 멤버인 ‘TOP’의 명연기를 가리켜 보여준다. 전쟁 속에 죽어가는 청년의 운명이, 탐미적인 카메라의 앵글에 절절히 담겨 있다. 마치 부챗살이 확 퍼지듯 봄의 축제를 불러오는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그래도 삶은, 이 봄은 살아볼만하다는 기쁨을 누린다.
언제나 전쟁은 있어 왔고, 언제나 자연의 재앙은 인류에게 들이 닥쳤고, 아무 것도 모르고 오로지 순결한 소년과 소녀들에게 삶은 늘 부닥쳐 이겨내야 할 힘겨운 과제일 것이다. 누군가 다정히, 삶의 고난도 살아볼 만한 것이라고 말해 줄 수 있다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고 서로에게 말해 줄 수 있다면 … 아름다운 매화 그림 속 매화 꽃가지의 빼어난 기백을 보고 또 보며 마당에 환한 봄 달빛을 바라다본다. 단 두장의 매화 그림을 남기고 29세에 죽음을 맞다니!
달빛은 유난히 깊은 데 숲 향이 코끝에 싸아 하다.
박혜숙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