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1-04-19 (화) 12:00:00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신동엽(1930 - 1969) ‘껍데기는 가라’ 전문
부패한 자유당 정권에 반대해서 목숨을 걸고 싸우던 4ㆍ19 세대들이 우리나라를 이끌어 왔고, 유신악법이 국민적 합의에 의해서 쓰레기통으로 사라진 지도 벌써 삼십 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이 시가 아직도 감동을 주는 까닭은 무엇일까.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에 대한 순수한 열망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아있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남과 북에 모오든 쇠붙이가 사라지고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게 되는 날을 바라는 시인의 외침이 오늘 아침 더욱 크게 들린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