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틀라스’ 이야기

2011-04-1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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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이다. 신을 노엽게 한 죄로 평생 하늘을 떠받치고 있어야 하는 벌을 받았다. 아틀라스라는 이름은 미국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이름이다. 신화 때문이 아니라 ‘아틀라스, 하늘 떠받들기를 거부하다’(Atlas Shrugged)라는 제목의 소설 때문이다. 의회 도서관 자료에 따르면 1957년 출판된 이 책은 미국인들에게 성경 다음으로 큰 영향을 미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1917년 러시아에서 공산 혁명이 일어나자 볼셰비키 학정에 염증을 느끼고 미국으로 이주한 아인 랜드라는 여성이다. 그는 모든 인간의 평등이란 구호를 내건 공산주의가 실제로는 어떻게 무능력자에 의한 능력자 착취로 변질하는가와 그렇게 되면 사회가 어떻게 병드는가를 똑똑히 목격했다.

이 소설은 정부의 온갖 규제로 서서히 망해가는 철도 회사를 살리려는 여주인공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 때 잘나가던 기업들은 하나 둘 문을 닫고 유능한 기업가들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춘다. 알고 보니 이들은 존 골트라는 지도자의 지휘 아래 생산자 파업을 단행한 것이다.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사라지자 미국 경제는 무너지기 시작하며 능력자를 착취하던 세상도 끝난다. 그 폐허에서 골트 등은 각자 자기 능력에 따라 벌고 누구도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이상 사회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이 책의 줄거리다.


랜드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인간이 발명한 가장 생산적인 체제일 뿐 아니라 유일한 도덕적인 체제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왕정, 파시즘, 사회 복지주의는 모두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제도다. 랜드는 자본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그 효율성만 강조해서는 소용없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지식인이다. 인간은 도덕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산적인 체제도 도덕적으로 불결하다면 그 존재 이유를 변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랜드의 이런 사상은 리버럴 지식인들의 혹독한 비판에도 불구,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쳤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앨런 그린스팬 전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며 최근 공화당 재정 적자 감축안을 낸 폴 라이언, 공화당 대선 주자의 하나인 론 폴 연방 하원의원 등도 열렬한 지지자다. 론 폴은 아예 자식 가운데 하나에게 랜드 폴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랜드 폴은 현재 켄터키 출신 연방 상원의원이다.

할리웃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랜드의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려는 시도는 50년째 계속됐으나 원작에 충실할 것을 고집하는 랜드와의 마찰, 할리웃 리버럴들의 반대 등으로 지지부진하다 작년에야 촬영에 들어갔으며 드디어 오는 15일 개봉된다. 랜드 추종자자인 개인 사업가가 2,000만 달러를 들여 만든 이 영화는 3부작으로 나뉘어 상영되며 여주인공 역은 랜드 팬인 앤젤리나 졸리가 맡을 예정이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난산 끝에 탄생한 이 영화가 철학적 신념이 담긴 원작의 내용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소설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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