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활은 기쁨이요 환희다

2011-04-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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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인의 신앙

해마다 맞이하는 부활절이 봄이어서 좋다.

금년은 예년보다 조금 늦게 맞이하는 부활절이어서 그런지 이미 새싹이 돋아난 지 오래다. 나뭇가지마다 망울이 지고 꽃이 피어 있다. 그리고 땅 위에는 새싹들이 기지개를 켜고 돋아나 보기만 해도 온 세상이 싱그럽다. 우선 기분부터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새 생명의 계절이어서 부활절이 더욱 실감나게 느껴진다.

겨울 동안 추운 땅 속에서 죽어버린 것으로 여겨졌던 온갖 씨앗들이 다시 되살아나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다. 이 꽃이야말로 ‘부활’의 상징이다. 분주한 나날 가운데서 잠시 틈을 내어 조용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새 생명의 신비 안에서 곳곳에 부활의 의미가 드러나 보인다.


깊은 산속 깊이 눈 덮인 바위틈에 한 떨기 진달래꽃이 피면 나무꾼들은 불원간 온산에 진분홍 진달래가 만발하리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죽음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올 ‘부활’의
실상이다. 그분이 부활하셨기에 부활하신 ‘그분’ 안에서 그분과 함께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부활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확실한 일이기에 말이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일본 해안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 더욱이 원자력발전소에서 새어나온 핵물질의 위협으로 어두어진 지구촌 사람들의 가슴마저도 부활절을 맞아 밝아질 것만 같다.

새 생명의 계절인 봄의 상징은 ‘꽃’과 ‘나비’다. 꽃과 나비는 둘 다 ‘부활’의 상징이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기 때문이다. 죽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씨앗을 대지의 흙 속에 뿌리면 신비스럽게도 새 생명의 싹이 터서 꽃을 피운다. 그것뿐일까. 답답하고 어두운 고치 안에 갇혀 있던 나방이 허물을 뚫고 나와 아름다운 모습이 되어 훨훨 창공을 날아다니는 것이 바로 나비다. 하나는 죽음을 이기고 나온 새 생명이고, 또 하나는 갇힌 어두움에서 해방된 새 생명이다.

이 되살아난 새 생명체인 ‘꽃’과 ‘나비’는 그래서 부활의 기쁨이며 환희요 아름다움이다. 그뿐 아니라 새 생명으로 탄생한 꽃과 나비의 모습 안에서 죽음 다음에 맞이하게 될 우리들의 ‘부활’을 볼 수 있어 이 세상에 태어난 그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봄철 기지개를 켜면서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 사이로 훨훨 마음껏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면서도 앞으로 맞이할 자신의 부활을 믿지 못한다면 그 삶은 진정 너무나 불쌍한 삶이다. 죽음의 불안 속에 떨며 사는 우리 인간들이 대지의 흙처럼 포근한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새로 받게 될 진짜 육신의 옷을 입고 영원한 생명으로 아름답게 피어날 꽃이 바로 우리들의 부활에 대한 믿음이다.

해마다 맞이하는 예수님의 부활은 언젠가는 이루어질 우리 모두의 부활의 실상이어서 부활절이 우리 모두에게 환희요 기쁨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김 재 동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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