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시계
2011-04-04 (월) 12:00:00
사람들은 좋은 시계를 갖기 원한다. 입학선물 졸업선물은 물론이고 신랑신부의 결혼 선물도 시계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때 선물로 주는 시계는 보통 시계가 아니다. 통이 큰 사람 사이에는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명품시계가 왔다 갔다 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서민들로는 상상할 수 없다.
나는 아직 몇 십 달러를 넘어가는 시계를 차 본 일도 없고 한때는 시계를 차고 다니지도 않았다. 손목이나 손가락에 무얼 걸치고 차는 것을 싫어해서 시계 없이 다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시계가 도처에 널려 있어 어디서든 고개만 몇 번 돌리면 시계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사람들은 아직도 시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일까. 어찌하여 시계에다가 많은 돈을 들일까. 어떤 집에 가보면 커다란 시계를 거실 한 쪽에 모셔놓고 사는 경우를 보는데 정말 그 시계의 위용은 대단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하다.
자고로 시계가 소중하다 해도 시계를 잘 모셔야 된다고 경각심을 촉구하는 금언이나 격언은 없다. 사실 우리가 조심하고 귀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은 시계가 아니라 시간인 것이다.
그러함에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망각하고 시계를 벌벌 떨며 간수하고 있으니 참으로 모순이 극에 달했다는 느낌이다. 시계는 안방이나 금고에 모시고 시간은 현관이나 신발장 위에 놓인 것과 같은 모습을 보며 한심함을 금하지 못한다. 우리가 정작 아끼고 모셔야 할 것은 시간이지 시계가 아니다.
시간을 일러 금보다 귀한 것이라고 했을망정 시계를 높여 취급하는 것은 어딘가 이치에 맞지 않는 느낌이다. 하기야 귀한 시간을 담은 그릇이니 그 시계를 구박할 수야 없지만 시계의 위용에 밀려 시간을 소홀히 취급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무엇이 소중하고 무언이 비싼 것인가. 지금 당신의 팔뚝에 매달린 시계가 아니라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시간이다. 지금도 여전히 달려가고 있는 내 생명이다. 시계가 운명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내 삶을 흔든다는 일임을 잊지 말자. 시계는 명품인데 시간은 헐값으로 넘기는 우매한 인간이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