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을 도와야 하는 이유

2011-04-02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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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가보지 않고서 거기서 벌어진 거대한 해일, 대지진과 원자 방사선 유출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느낄 수는 없다. 그러나 상황이 심각한 것만은 분명하다. 지진과 해일, 그리고 방사선 누출이라는 3종 재난 동시 발생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일본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들이 그들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웃인 한국은 특히 더 적극적이다. 그런 가운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이 터져 일본 돕기 여론이 흔들리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 문제와는 별도로 일본 돕기는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경에서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이 있다. 그들의 소행은 밉지만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도와야 하는 것이 인류애이다. 또 한국에 해당되는 다른 이유가 있다. 일본 지배층이 백제 출신으로 우리와 피를 나눈 사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고증되고 있는 사실이다. 반증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물론 이런 논리에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피를 나눈 사이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우리가 앞장서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돕기가 욘사마나 한류 스타들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형제가, 그리고 이웃이 고난에 처하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예의이다. 이것이 모든 종교들의 가르침이고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측은지심이다.

이런 인도적인 이유들뿐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에서도 일본을 도울 필요가 있다. 외교적으로 볼 때 일본의 존재는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싫든 좋든 미국과 중국을 유일하게 견제할 수 있는 진정한 수퍼 파워 증의 하나가 일본이다. 이번 참사는 일본과 더욱 긴밀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비록 교과서 문제로 껄끄러워 지기는 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확실한 신뢰를 심어주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단순히 우호적인 이웃의 차원을 넘어 두터운 관계를 맺어 간다면 응어리진 역사의 한을 풀고 더욱 호혜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로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가 위상의 차원에서 본다면 이 일은 한국이 강대국까지 도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것이 한 나라의 자존심이고 독립 국가의 파워 과시이다. 내일 무슨 재난이나 고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도 남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날이 올 수 있다. 남을 돕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까지 말 할 수 있다. 이것이 당장의 감정적 불편함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도와야 하는 이유이다.


이호재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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