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금,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2011-03-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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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윤실 호루라기

2011년에 들어선지 불과 3개월이 지났는데 참 많은 세월이 흐른 것처럼 느껴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현재진행형인 중동의 민주화 바람과 일본의 대지진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끝나지 않은 지구촌 곳곳의 고통과 비극이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한다.

그 가운데도 틈틈이 들려오는 북한 동족들의 소식들이 있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으로 어느 때보다 남북대화가 막혀있는 이 시점에 가장 고생하는 것은 그 땅의 우리 동족들이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 전기가 끊긴 평양의 아파트에는 비닐하우스를 방안에 치고 사는 방법이 동원되었고 평양의 여대생들은 피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는 기막힌 소식까지 들렸다. 밥만큼은 굶기지 않았던 군대에서조차 배급할 식량이 없어 병들고 아픈 병사들은 귀가시키고 급기야는 부모가 굶어죽자 탱크부대 대대장이 죄책감에 자살하고 후방부대 장교들의 집단 소요사태까지 일어난단다. 모두 올해 들어와 생긴 일들이다.

현재 유일하게 북한 동족들에게 적게나마 식량을 공급하고 있는 곳은 WFP(국제 식량기구)인데 지난해 7월부터 2년 계획으로 여성과 어린이 등 취약계층 250만여명을 대상으로 영양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모금활동 부진으로 지원대상 셋 중 하나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며 그나마도 3월말이면 식량이 바닥이 날 것이라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이 일을 지원하려는 곳은 지금으로선 거의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도우려는 민간단체가 적지 않지만 정부에서는 인도주의적인 지원마저도 못하게 막고 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살아야만 하는 우리의 북한 동족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얼마나 굶주리고 힘이 들면, 북한 어느 지역에서는 꽃제비를 잡아먹는 식인 인간이 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았을까. 하지만 사람들은 흥밋거리에만 귀를 기울일 뿐 ‘마음’도 지갑도 열지 않는다. 철저한 무관심으로 외면한다.

북한동족들이 과연 누군가? 지금 이 시간에도 그 땅을 돌아다니면서 폐결핵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는 ‘유진벨’ 재단과 CFK(조선의 그리스도인 벗)을 비롯, 힘을 다해 도우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은 온통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들 뿐이다. 우리 민족은 언제까지 멀찌감치 서서 뒷짐 지고 구경만 하려는가? 그분들에게 작은 헌금을 보낸 우리에게 그분들이 오히려 고맙다고 인사하니 이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어찌 해야 하는가.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다. ‘무관심’이다. 성경도 분명히 악인들이 받게 될 심판의 이유도 무관심 때문임을 말한다. 왜? 무관심은 철저히 ‘비인간적’이고 ‘비인격적’이기 때문이다.

구제와 사랑은 그 시기를 놓치면 끝이다. 사람이 죽은 후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동족들의 배고픔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애간장이 탄다. 저들이 내 형제, 내 부모, 내 아들, 내 딸이라면 우린 어떻게 할까? 지금처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까.

풍족해서, 쓰고 남아서 주고 돕는 게 아니다. 사랑은 내 것을 나누는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에는 우리를 대신해서 우리의 사랑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단체들이 있다. 지극히 작고 어려운 형제에게 베푼 사랑은 하나님께서도 기억하심을 잊지 말자.


이현준 목사
주님의빛선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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