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정일의 악몽

2011-03-3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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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의 악몽은 항상 내 몸과 다리를 지탱해 주는 목발, 그리고 보조기와 연관된 것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길바닥에 앉아 있고, 사람들은 길을 가다 말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 도망가고 싶지만, 목발과 보조기 없이는 꼼짝도 할 수 없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장영희 교수가 생전에 쓴 많은 글 중의 한 대목이다.
항상 밝고 씩씩한 모습이었지만 장애인으로서의 남모르는 어려움이 그에게는 있었다. 목발이나 보조기 없이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육체적 제약이 항상 족쇄처럼 무의식을 잡아 당겼을 것이었다. 그래서 힘든 일이 있을 때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면 이런 꿈을 꾸었던 것 같다.

꿈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고대인들에게 꿈은 단순한 수면 현상이 아니라 신이나 악령의 계시로 받아들여졌다. 요즘도 어떤 꿈들은 앞날의 계시로 특별히 해석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꿈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주장은 다양하다. 평소 생각이나 느낌, 의식이 그대로 꿈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있고, 현실의 의식세계와 꿈의 세계는 완전히 분리된다는 주장도 있다.

전자의 경우 꿈은 과거에 보았거나 말한 것, 원했거나 행한 것의 연장이다. 그래서 개개인의 인격, 연령, 성별, 생활방식, 살아온 경험 등에 따라 꿈의 내용이 달라진다. 후자의 주장을 따르면 꿈은 전혀 엉뚱하다. 꿈속에서의 정신은 깨어있을 때의 삶의 규칙이나 흐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고립된다는 주장이다.
그런가 하면 ‘꿈의 해석’으로 유명한 프로이드는 꿈을 ‘무의식을 이해하는 왕도’로 규정했다. 현실 세계에서 억눌려 있던 무의식의 세계가 꿈을 통해 표출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억압된 성적 욕망이 어떤 상징적 표현을 통해 꿈으로 분출된다고 해석했다.

사람에 따라 내용도 다양하고, 해석도 다양한 게 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주 꾸는 꿈이 있고, 일정한 해석이 가능한 꿈이 있다. 예를 들면 시험 보는 꿈같은 것이다. 꿈속에서 자신은 학창시절로 돌아가 있고, 교실에서 시험지를 받았는데 문제를 하나도 풀지 못해 끙끙 거리는 꿈이다.

이런 꿈을 꿀 때면 ‘뭔가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나보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스트레스 심한 상황에 부딪치면 저도 모르게 무의식이 과거 스트레스의 경험, 즉 ‘시험’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남자들이 제대한 지 10여년이 지나서도 꿈에 영장 받고는 몹시 고민하는 꿈을 꾸는 것도 비슷한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의 한 정치인은 선거운동 중 유세장에 나갔는데 청중이 하나도 없는 꿈을 자주 꾼다고 했다. 뭔가 무의식적으로 가장 불안한 것이 꿈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한주민들에게 돌팔매 당하는 악몽에 시달린다고 한다. 10여년 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만났을 때 그가 털어놓았다고 정몽준 의원이 며칠 전 한 인터뷰에서 공개했다. 김정일은 “잠을 자면 돌팔매 당하는 꿈을 꾼다. 첫 번째가 미국 사람, 두 번째가 남한 사람, 세 번째가 북한주민들이 돌을 던지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것은 어떤 계시일까, 깊은 불안의 표출일까. 리비아의 카다피가 궁지로 몰리는 요즘 그는 어떤 악몽에 시달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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