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으로 띄우는 편지’
2011-03-24 (목) 12:00:00
봄볕 푸르거니
겨우내 엎드렸던 볏짚
풀어놓고 언 잠자던 지붕 밑
손 따숩게 들춰보아라
거기 꽃 소식 벌써 듣는데
아직 설레는 가슴 남았거든
이 바람 끝으로
옷섶 한 켠 열어두는 것
잊지 않으마.
내 살아 잃어버린 것 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빛나는 너.
고두현(1963 - ) ‘南으로 띄우는 편지’ 전문
화자는 바람의 끝에 옷섶 한 켠 열어둠으로써 ‘너‘에게 닿고 싶다고 고백하는 편지를 쓰고 있다. 그런데 살아 잃어버린 것 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빛나고 있다고 하는 ‘너‘는 누구일까. 잃어버렸다고 하는 걸 보니 남쪽에 살고 있는 옛 연인일 수 있겠다. 아니면, 얼어버린 가슴에 봄바람을 보내주는 고향인 “南”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것이든 다시 살아나는 봄빛, 화자의 가슴 속에 가득하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