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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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인스펙션/ 터마이트의 두얼굴

2011-03-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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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마이트((Termite:일명 흰개미)가 서서히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 계절이 왔다. 문의 전화가 오는 것을 보니 예전보다 좀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터마이트는 나무 먹는 벌레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알려진 바로는 개미와는 전혀 다른 분류로 바퀴벌레와 더 가깝다고 한다. 여하튼 이 터마이트가 몸 색깔이 하얀 흰개미로 일컬어지는 이유는 그 모양이 일반 검정개미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양은 많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터마이트와 일반 집개미와의 구분이 아주 용이하고 서로가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개미는 아울러 터마이트의 천적으로 알려져 있다. 터마이트가 일반개미의 먹잇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아시다시피 터마이트는 절대 외부에 노출되어 활동하지 않는다. 눈이 퇴화되어 있고 충분한 습기와 따스한 기후 가운데서도 햇볕이 아예 침투할 수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만 생존이 가능하
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항상 흙속이나 나무속에만 존재하면서 활동하고 있고 터마이트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경우는 이미 손상이 되어 있는 나무의 모양을 통해서 혹은 나무를 다 파먹고 난 다음 다른 온전한 나무구조물로 옮겨가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일종의 이동통로인 진흙관의 모양을 보고 그 존재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진흙관도 물이 샌 다음 먼지 섞인 흙물 등이 벽이나 나무구조물을 타고 흘러내린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송곳 등으로 긁어 보지 않으면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 흰개미는 마치 우리 몸속의 암과 같이 겨울동안 땅속에 머물러 있다가 따스한 봄날에 비가 온 후 습기가 눅눅해지면 틈새를 통해 집안의 나무구조물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에 그 존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는 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세상에 완벽한 존재는 없다. 반드시 흔적을 남기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흰개미는 그 모습을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 드러나면 곧 죽기 때문이다.


터마이트의 가족 구조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먼저 터마이트 왕개미와 여왕개미사이의 알을 통해 태어난 어린 유충은 다시 일꾼(흰개미), 병정개미, 날개달린 유시충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터마이트 가족중에서 날개달린 유시충이 바로 우리가 유일하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존재다. 즉 밖으로 나와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가장 흔히 목격이 되는 곳은 창문틀 아래나 문 아래에 떨어져 있는 날개나 아니면 아예 떼지어 기어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이 날개달린 유시충이 발견되면 이는 십중팔구 터마이트가 집안에 있다는 증거다.이들 가족 중에서 나무구조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존재는 바로 일개미 즉 흰개미다. 병정개미는 공격자들로 부터 이들 흰개미를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할 뿐 그 먹이는 일꾼들을 통해 공급이 된다. 이들 병정개미들은 몸체가 진한 색을 띠고 있으며 날카로운 톱니모양의 머리를 가지고 침입자들과의 처절한 싸움을 통해 일개미와 왕개미 그리고 여왕개미를 지킨다.

그렇다면 터마이트의 날개달린 유시충과 우리가 집 안팎에서 흔히 목격하는 날개달린 일반 검정개미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우선 크게 두가지 외부특징을 통해 그 구분을 쉽게 할 수 있다. 먼저 날개다. 두 개미 모두 안날개와 바깥날개를 가지고 있는데 터마이트는 안날개와 바깥날개의 길이가 동일하고 그 길이가 몸체의 두배 정도 된다. 그러나 일반개미의 날개는 안날개가 바깥날개에 비해 짧고 그 길이는 몸체보다 약간 더 길다. 다음은 허리다. 터마이트의 허리는 가슴과 배와의 구분이 거의 없이 글자그대로 통허리를 가지고 있는 반면 일반 개미는 글자 그대로 날씬한 개미허리 즉 가슴과 배의 연결부분이 아주 잘록하다. 더듬이 모양을 통해 구분되기도 하나 더듬이 자체가 육안으로 확인하기에는 너무 가늘고 작아서 날개모양과 허리모양을 통해 구분하는 것이 용이한 편이다.

그러나 이들 허리잘록한 검정개미에게도 복병이 있다. 바로 목수개미(Carpenter Ants)다. 이 목수개미는 터마이트와 마찬가지로 해충으로 분류된다. 이 목수개미는 나무를 먹는 대신 나무구조물을 파고 들어가 둥지를 틀고 그 안에 거주하기 때문이다. 터마이트 유시충과 목수개미의 구분은 실상 어렵다. 허리의 모양과 가슴등의 모양을 보고 그 구분이 가능한데 그 구분은 고성
능 확대경을 통해 가능하다. 본래 터마이트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우리 자연속에서 유익한 역할을 수행하는가 하면 우리가 거주하는 집의 나무목조물을 먹어치우는 해충의 역할도 아울러 수행하기 때문이다. 자연속에서 터마이트는 숲속에 쓰러져 있는 나무를 파먹고 흙으로 분해시키기 때문에 자연
의 세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유익한 존재다. 그러나 우리 실생활에서 미치는 그 피해규모가 천문학적이어서 해충으로만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주 공인 홈 인스펙터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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