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의 봄

2011-03-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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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심’으로 나들이

다소 쌀쌀했던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찾아왔다. 이럴 때는 동부지역을 방문하기 딱 좋다. LA와 동부의 날씨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옷을 따로 챙겨갈 필요도 없고, 갑작스러운 기온 차에 몸이 적응 못해 감기에 걸릴 일도 없기 때문이다.

동부 여행하면 보스턴과 워싱턴 DC 등 다양한 지역들이 떠오르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뉴욕이다. 화려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어쩌면 서울과 가장 비슷한 모습의 뉴욕. 꼭 한 번은 가볼 만한 곳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계획을 세워보자. 겨울이 지나간 지금부터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까지 3~5월은 그다지 춥지도, 또 덥지도 않은 가장 좋은 날씨의 뉴욕을 즐길 수 있는 시기다. 한 여름의 뉴욕은 한국처럼 습도가 높은 무더운 날씨이기 때문이다.


맨해턴의 생동감 만끽하며
메트로폴리탄과 브로드웨이
문명·문화의 세례 흠뻑

■문화와 예술의 중심 맨해턴

뉴욕주는 뉴욕시인 맨해턴(Manhattan)과 브루클린(Brooklyn), 퀸즈(Queens), 브롱스(Bronx) 등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캐리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무대였던 맨해턴은 지금도 젊은이들의 로망이다. 특히나 싱글 여성들에게는 꼭 한번 살아보고 싶은 지역으로 손꼽힐 만큼 유행과 첨단이 살아 있는 도시다.

일반적으로, 뉴욕하면 맨해턴을 일컫는데, 나머지 지역들은 주로 주거 지역이다.

미국 최대의 도시 맨해턴은 문화와 예술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문객들도 5th 애비뉴와 소호에서 샤핑을 즐기고, 센트럴 팍을 산책하며,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예술작품을 관람하고,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뉴요커가 된 듯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현대미술관

뉴욕을 대표하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Metropolitan Museum)은 하루 종일 잡아도 다 둘러보기 부족할 만큼 거대하다. 만약 시간이 별로 없다면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와 시대로 범위를 좁힌 뒤 집중적으로 관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뉴욕의 명물 현대미술관 ‘모마’(MOMA: The Museum of Modern Art)를 놓치지 말자. 메트로폴리탄 뮤지엄보다는 조금 더 신선하고 다차원적인 작품들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작가가 직접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무언가를 표현하는 행위예술이라든가, 조명을 통한 공감각적인 예술작품은 신선한 문화적 충격까지 선사한다.

미술에 조애가 깊은 사람이라면 시간을 충분히 할당해 제대로 관람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일반 사람이라면 피카소와 반 고흐, 밀레, 모네 등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대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관람하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뉴욕을 상징하는 모뉴멘트 중 하나인 자유의 여신상. 배를 타고 구경할 수 있으며 시내의 스카이라인도 한 눈에 즐길 수 있다.

뉴욕은 복잡하고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처음에 너무 혼잡해 보이지만 곧 익숙해지면 뉴욕만의 다채로움과 생동감에 흠뻑 빠져든다. 뉴욕 관광의 중심 타임스퀘어.

소호·5th 애비뉴 특색있는‘샤핑명소’

■‘미국의 중심’으로 나들이

■ 브로드웨이와 타임 스퀘어

맨해턴을 찾았는데 브로드웨이(Broadway)에서 뮤지컬을 관람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은 파리 르부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관람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과 같다.

귀에 익은 아름다운 선율과 화려한 춤, 재미있는 스토리 라인을 찾는다면 ‘오페라의 유령’이나 ‘마마미아’ ‘위키드’ 등 이미 유명한 작품들을 선택한다. 하지만 식상한 재미보다는 새로운 감각과 연출을 즐기고 싶다면 ‘저지 보이스’나 ‘빌리 엘리오트’ 등 요즘 유행하는 다른 작품들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

브로드웨이 공연을 보고 난 뒤에는 근처의 타임스퀘어(Times Square)를 찾아가 보자. 이곳은 밤이든 낮이든 언제나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특히 밤에는 더욱 강렬하게 빛을 내뿜는 전광판의 불빛들이 라스베가스보다 더욱 화려하다. 특히 타임스퀘어의 가장 중심에 자랑스럽게 빛나고 있던 LG와 삼성의 전광판은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 이스트 빌리지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는 맨해턴의 ‘히피’ 문화를 대표한다. 마치 한국의 대학로나 홍대 입구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자유롭고 실험적이면서도 결코 천박하지 않은, 가장 ‘힙’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 현재도 ‘리틀 인디아’나 ‘리틀 우크라이나’ 등 이민자들의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이곳은 히피족과 펑크족들이 실험적인 음악과 히피정신으로 언더그라운드의 분위기를 형성해 왔다. 때문에 상업적인 예술보다는 언더그라운드의 이념이 살아 있는 예술이 가득한 클럽이나 극장이 많고, 러시아, 티베트,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의 저렴한 전통 음식점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밤 문화가 활발한 곳으로 일본식 주점과 들러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가득하다.

■ 소호와 미드타운 5th 애비뉴

샤핑의 명소 소호(Soho)는 마치 한국의 이대 앞, 혹은 명동의 골목처럼 아기자기한 옷가게와 액세서리 샵이 즐비하다. 지금은 남가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H&M’과 ‘자라’의 샵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같은 브랜드여도 동부에서만 찾을 수 있는 아이템들을 만날 수 있다.

뉴욕 샤핑의 또 다른 즐거움은 액세서리와 신발을 제외한 옷과 스카프 종류는 100달러 이하를 구입할 때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소호가 서울의 강북이라면 맨해턴 미드타운의 5th 애비뉴는 영락없는 한국의 강남 거리. 한인들이 열광하는 각종 명품 브랜드와 부틱 샵을 찾을 수 있다.
5th 애비뉴는 샤핑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의 거리다. 록펠러 센터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트럼프 타워, 뉴욕 최대 규모 성당인 세인트 패트릭 성당, 뉴욕 최고의 음악당인 카네기 홀 등 세계적인 건물이 가득하다.

■ 차이나타운과 한인타운

LA와 마찬가지로 뉴욕도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니 만큼 다양한 민족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뉴욕의 차이나타운은 북적북적한 모양이 한국의 재래시장을 연상시킨다.

골목마다 맛깔스러운 음식점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차이나타운 옆으로는 리틀 이탈리아가 위치한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테이블과 의자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뉴요커들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맨해턴 내에도 한인타운이 위치한다. LA 한인타운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세련된 카페와 식당이 많고, 특히 유흥업소는 새벽 4시까지도 영업을 한다니 ‘올빼미 족’들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브루클린 브리지와 센트럴 팍

데이트를 위한 로맨틱 장소로 뉴욕의 명소인 브루클린 브리지를 빼놓을 수 없다.

브루클린과 맨해턴을 이어주는 이 다리는 완공 당시 세계 최장의 현수교로, 이제는 뉴욕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뉴욕이 배경이 되는 드라마와 영화에는 거의 단골로 등장할 정도. 아래층에는 차량이, 위층에는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특이한 구조다.

세계 최대의 도심 속의 공원 센트럴 팍 역시 뉴요커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데이트 코스다. 도시 속에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공원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아름답게 우거진 숲과 호수는 복잡한 도시 속의 삶에 청명한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요즘은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는데 50만그루가 넘는 나무와 관목, 언덕과 풀밭, 호수는 물론 조깅, 산책, 승마, 자전거 등을 위한 길, 놀이구장, 동물원, 아이스 스케이팅 링크, 회전목마, 야외극장, 수많은 분수와 조각품 등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두루 갖추고 있다.

■ 자유의 여신상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은 맨해턴에서는 조금 멀리 떨어진 ‘리버티 섬’에 있어 직접 가보려면 배터리 팍에서 페리호를 타고 가야 한다.

프랑스의 조각가가 미국의 자유를 찬양하면서 만든 이 작품은 ‘아메리칸 드림’의 선봉장 역할을 해 온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왼손에는 독립선언서를 끼고, 오른손은 평화의 상징인 횃불을 들고 있으며, 머리에 쓴 왕관의 7개의 첨단은 세계 7개의 바다, 7개의 주에 자유가 널리 퍼져 나간다는 것을 상징한단다.

자유의 여신상 토대 부분의 2〜3층은 박물관으로 구성,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뉴욕의 문화 중심지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미리 자신이 둘러볼 곳을 선택해 두는 것도 좋은 관람 방법이다.


호화롭게 보이지 않지만 소호는 다양한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는 샤핑의 명소이다.

■ 뉴욕 여행 팁

▲여행 계획하기

맨해턴은 무엇보다 숙박비가 비싸다.

별 다섯 개 중 3~4개짜리 호텔도 하룻밤에 300~5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뉴욕에 친지나 친구가 있어 숙박비를 아낄 수 있으면 가장 좋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밤 비행기를 이용해 하룻밤을 비행기에서 지내는 방법이 있다. 물론 체력이 허락하는 한에서다.

LA에서 뉴욕까지 비행기 시간은 5시간이 넘는다. 밤 비행기를 타고 비행기에서 숙박을 해결하면서 뉴욕을 향하면 이른 아침에 도착할 수 있다. 호텔은 조금 비싸더라도 외곽보다는 시내에 자리 잡은 것을 선택하면 오고가는 택시비는 물론 시간도 아낄 수 있다.

▲호텔 브런치·지하철 활용

대부분의 호텔이 아침이나 브런치를 무료(complimentary)로 제공한다. 든든하게 아침을 채우고 외출을 하면, 식사를 위해 식당에 들르지 않아도 되니 시간도 아낄 수 있고 하루의 식비 중 한 끼를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동은 택시보다는 지하철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뉴욕의 지하철은
한국의 지하철에 비해 지저분하고 쾌적하지 못하다. 하지만 맨해턴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는 것은 물론 ‘원-데이’ 티켓을 구입하면 버스와 지하철을 하루 종일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뉴요커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 역시 삶에 찌든 듯한 얼굴이다.

이민자의 삶이든, 백인들의 삶이든, 동부든 서부든, 어디나 삶은 치열한 것일까. 묘한 상대적 위로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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