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한 은퇴

2011-03-1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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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시내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다가 딸에게 모두 넘기고 손을 놓았다. 우리 부부는 근 16년간 개업한 이래 3층을 오르내리며, 새벽시장을 돌면서 자나 깨나 일, 일, 그저 일만 해왔다. 이민 1세가 다 그러했듯이...

그 와중에서도 어느 세월엔가 여기서 물러나면 할 일들을 그때 그때 노트에 적곤 했다. 일에서 손을 떼고 난 후 부산에 계시는 연로한 장모님을 먼저 찾아뵙는 것을 시작으로 제일 먼저 한 것이 여행이었다. 미국내 유서 깊은 명소를 천천히 돌아보고 거리가 지척인 뉴욕의 오페라 공연을 정장을 하고 아내와 함께 관람하는 계획도 적었다.

다음에는 우리나라 어느 시골에서 민박하며 토종 음식만을 먹으면서 초가을을 보내고 그 후에는 대원군 시대 믿음을 지키기 위하여 순교한 천주교 성지를 구석구석 찾아보는 일이다. 그리고 베토벤 생가를 비롯해서 불멸의 명작을 남긴 예술가들이 살았던 마을, 박물관 등을 차근차근 찾아보는 것이다. 또 하루는 스위스 몽블랑이 보이는 호텔에서 아침 커피를 마시며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감사의 시간을 가졌다.


또한 읽고 싶은 책 이름들을 꽤 많이 적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수입의 1%는 책을 사서 읽을 것)을 깊이 새기면서 실천한다는 생각으로 그때 그때 읽는 것 말고도 두고두고 읽을 도서들을 적었다. 커튼을 열면 잔잔한 호수가 보이는 곳에 작은 집을 장만하고 조용히 성경을 읽으면서 붉은 석양 노을을 맞이하는 꿈도 그렸다.

또 컴퓨터를 익혀서 나이가 문제되지 않는 네티즌 세계 속으로 들어가 종횡무진 뛰고 싶었다. 때가 되어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하고 몇 주가 지나 음악을 다운로드 해서 CD에다 굽는 단계로 들어가 나는 ‘오 해피 데이’(O Happy Day) 이외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선곡하여 내가 사용할 CD에 옮기는데 그 과정이 참으로 놀랍고 신기하기만 했다. 우리 내외는 건강한 몸으로 ‘오 해피 데이’ 속에서 살고 있다.


박준업/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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