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크루즈의 주방 ‘갤리’ 이야기

2011-03-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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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프 애나 김의 Inside Kitchen

멋들어진 정장에 보타이와 우아한 드레스를 꺼내어 풀코스 정찬 디너(Gala dinner) 참석을 준비하는 승객의 객실과는 달리 크루즈 주방인 갤리(galley)는 오전 7시면 수천 명의 승객들과 승무원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밤새 흔들리는 파도쯤은 이제 자장가처럼 익숙해진 100여명이 넘는 전문요리사들로 분주해지기 시작하고 미드나잇 간식, 뷔페 및 룸서비스 등을 담당한 야간 팀은 밤 사이 일어난 에피소드를 살짝 들려주며 잠깐의 휴식으로 자리를 넘겨준다.

정오가 가까워 오면서 그 넓은 주방은 어느 새 온기가 퍼져가고 각종 주방기구에서 들리는 화음과 환풍기 소리로 가득하고 이리저리 감독하고 바삐 움직이는 부주방장의 모자(toque)가 깃발처럼 넘실거린다. 자신의 키 높이 만한 믹서기로 얼굴이 불그레한 남부 출신 이탈리아 요리사의 노래와 함께 50갤론의 토마토소스가 준비되고 갤리의 한 코너를 자리 잡은 인도 요리팀은 런치 뷔페에 선보일 가람 마살라(Garam masala)의 각종 향신료가 배합된 메뉴들로 주방 입구에서부터 사무실까지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의 꽃을 피운다.

항해중인 지역의 음식문화 특성을 살려 특별메뉴를 선보이는 이번 항해는 벌써 그릴 위에 올려진 저크치킨 바비큐(Jerk: Jamaican seasoning mix)와 파인애플 살사로 충분히 카리브해에 와있음을 설명해준다. 오후가 되면서 번듯이 중앙에 자리잡은 오븐 안에서는 로스트비프가 디너 메인 메뉴로 덩치 좋은 듬직한 요리사의 경험으로 여유있게 익어가고 ‘중국인의 전자레인지’라고 불리는 프라이어 웍(Fryer & Wok) 스테이션에서는 노련한 튀김요리의 중국 셰프가 멋진 손놀림으로 중식의 선택메뉴도 함께 보여준다.


플랫탑(flat top)이나 버너 담당의 퍼스트쿡은 이미 함께 가니시할 각종 야채를 끝내고 두 번으로 나뉜 디너 서비스(2 seating)의 백업 팀으로 든든히 버티는 지원병이 된다. 오후 5시, 첫 번째 시팅(1st seating)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쯤이면 이미 스텐레스 서비스라인의 중앙에는 그날의 풀코스 요리가 한 접시씩 샘플로 담겨 총 셰프의 최종 시식평가 및 플레이트디자인에 대해 부 주방장과 의논하게 된다.

곧 이후 모든 디너서비스가 준비 완료되면 ‘크런치 타임’(Crunch time: getting ready for dinner service)이 발표되고 갤리 안은 일사분란하게 셰프, 쿡, 보조 스태프 등이 모두 한 팀이 되어 20분 동안만도 1,800개의 메인 디시가 준비되고 서비스 동안 사용되는 총 1만4,000개의 접시들의 소리는 마치 로큰롤의 공연처럼 하루의 하이라이트임에 틀림없다.

밤 11시가 가까워오면 각자의 캐빈으로 떠난 요리사들로 조금은 서늘해지지만 실제로 갤리는 24시간 잠들지 않는다. 이러한 메인 주방 이외에도 일주일이면 5만여 개의 달걀이 준비되는 뷔페 담당, 제빵 페이스트리, 주당 4만 파운드의 고기를 정리하는 정육팀 및 10만잔의 음료수가 소비되는 파티 및 커피 바, 1,000여명 크루의 직원용 식당, 카빙조각, 피자리아, 스포츠바 같은 작은 키친 캄부사(camboose: small deck kitchen) 등이 협력을 이루어 계속 움직이게 되고 5,000여 가지를 가진 저장고는 밤사이에도 바다건너 한편의 국제마켓에서 다음 항해의 재료를 찾는 본사의 연락과 준비 주방장의 사무실을 통해 모니터링 되는 갤리는 이렇게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며 사랑도 받고 도전장도 받는 크루즈의 중요한 장소 중의 하나 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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