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왼쪽)과 엘리즈가 운명의 조정자들을 피해 도주하고 있다.
★★★½ (5개 만점)
운명과 싸우는 남자 ‘로맨틱 스릴러’
당신은 운명을 믿는가 아니면 삶은 자유의지에 의해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인가. 이 영화는 이런 다분히 철학적이요 형이상학적이며 또 종교적이기까지 한 주제를 지닌 느와르 분위기의 말끔한 스타일을 지닌 로맨틱 스릴러이다.
지적이며 생각을 하게 만드는(그 것이 주인공들의 연애 때문에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영화이면서 아울러 다소 센티멘털하고 또 신파적인 멜로드라마이기도 한데 사랑을 위해서 자신의 파멸도 각오하고 미리 정해진 운명과 싸우는 젊은 정치인에게 절대자(?)마저 감동하는 내용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뉴욕을 무대로 로맨틱하고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을 쓴 공상과학 작가 필립 K. 딕의 짧은 글이 바탕으로 플롯이 배배 꼬였지만 이해하기에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신을 믿는 사람들은 더 흥미 있게 볼 수 있는 영화로 참사랑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두 남녀 주인공 역의 맷 데이먼과 에밀리 블런트의 화학작용이 아주 좋다. 한국어 제목은 ‘컨트롤러’.
맨해턴의 아스토리아 호텔에 선거본부를 차린 젊은 연방 상원의원 후보자 데이빗 모리스(데이먼)는 선거서 앞서 가다가 대학생 때 저지른 일로 인해 낙선한다(과연 그런 일로 낙선할까 하고 의문이 가지만).
데이빗은 패배 연설을 하기 전 머리를 식히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호텔 시큐리티 요원을 피해 숨어 있는 아름다운 엘리즈(블런트)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엘리즈도 마찬가지. 둘의 사랑은 운명적인 것으로 둘 중에서도 특히 데이빗의 가슴은 완전히 엘리즈로 가득 메워진다.
둘은 두 번째로 다시 우연히(이것도 운명인지 모르지만) 만나 데이빗은 댄서인 엘리즈로부터 전화번호를 넘겨받는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중절모를 쓰고 신사복을 한 1960년대 초 스타일의 정체불명의 남자들에 의해 데이빗과 엘리즈의 사랑이 모진 시련을 겪게 된다.
이 남자들은 초능력을 지닌 인간 운명의 조정자들로 팀장은 리처드슨(존 슬래터리). 인간을 마치 꼭두각시처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들은 데이빗을 잡아다가 가둬놓은 뒤 자신들의 정체를 알려준다. 그리고 이들은 데이빗에게 네겐 미리 정해진 특별한 임무가 있다면서 그것을 성취하는데 장애물인 엘리즈를 절대로 만나선 안 된다고 지시한다. 그리고 엘리즈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찢어버린다.
그러나 데이빗은 리처드슨의 지시를 무시하고 엘리즈를 찾기 무려 3년 만에 다시 만난다. 이 때부터 이 둘을 갈라놓으려는 리처드슨 팀과 데이빗과 엘리즈 간에 숨 막히는 추격과 도주가 이어지는데 이 둘을 연민해 돕는 것이 리처드슨 팀의 일원인 해리(앤소니 매키). 데이빗의 사랑이 너무 강해 리처드슨 팀이 도저히 그를 어쩌지 못하게 되면서 리처드슨보다 훨씬 강한 힘을 지닌 탐슨(테렌스 스탬프)이 파견된다.
속도감 있고 박진하며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띤 도주와 추격 장면은 데이빗과 엘리즈가 손을 잡고 현실과 초현실적인 차원을 넘나들면서 달리는 모습.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려고 절대적인 것에 대항하는 데이빗이 가상하다. 조지 놀피 감독(각본 겸).
PG-13. Universal.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