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단추’
2011-03-03 (목) 12:00:00
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 나면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건
낮과 밤 사이에,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처럼 달아줄 줄 안다는 것
무덤가에 찬바람이 든다고, 꽃이 핀다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
손택수(1970 - ) ‘꽃단추’ 전문
여성의 옷을 벗기는, 조금 낯 뜨거운 이야기를 하려는 줄 알았다. 그러나 기다림의 미학을 논한 다음, 무덤가에 핀 민들레꽃을 노래한다. 무덤에 찬바람이 들지 않도록 채워주는 단추라고 한 표현이 재미있다. 꽃단추는 지상과 지하, 삶과 죽음을 하나로 단단히 연결시켜주고 있다. 시도 마찬가지다. 단추건 지퍼건 열어볼 필요도 없이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시는 매력이 없다. 위 시처럼, 시의 단추를 하나씩 열어볼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때, 시를 읽는 즐거움이 있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