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선한 바다내음’ 새벽 연다

2011-02-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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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다운타운 수산물 도매시장을 가다

냉동되지 않은 상태의 신선한 생선들이 얼음에 파묻혀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며 탐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생생한 눈알, 단단하고 윤기 흐르는 껍질, 붉은 아가미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바다의 기운을 그대로 느껴진다. 이른 새벽, LA 다운타운 피시 마켓의 풍경은 갓 잡은 생선처럼 펄떡였다.

▲새벽 6시께 시푸드 마켓 풍경. 전날 마감된 주문들의 배달작업으로 분주하다.

새벽 3시부터 시작되는 수산시장의 아침은 새벽 5시쯤 되니 전날 저녁 마감된 주문들의 배달로 분주하게 움직였고,6시 정도 되니 직접 물건을 구입하러 오는 스시 셰프들의 모습이 보였다. 보통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8시쯤엔 이미 파장 분위기가 역력한 다운타운 수산물 시장. LA의 새벽을 여는 그 현장을 다녀왔다. 요리하는 주부의 입장에서 늘 궁금했던 수산물의 유통과정, 신선도가 생명인 해산물들이 먼 바다에서 잡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떻게 유통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꼬리표를 달고 있는
제주산 광어.


제주산 광어서 동부 랍스터·일본산 블루핀까지
새벽 3시 시작, 8시면 파장… 스시 셰프들 붐벼

다운타운에는 6-7개 정도의 수산물 유통회사가 있다. 한국식 수산시장처럼 여러 곳의 작은 가게들이 영업을 하는 형태가 아닌 각각의 회사들이 단독 건물을 가지고 있다.

미역을 먹여 키운 북가주의 전복은 자연산 못지않는 맛과 향을 자랑한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한인 김영완(Young Kim) 대표가 운영하는 오션 그룹 주식회사(Ocean Group, Inc). 새벽 3시30분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이곳은 LA 일대 전 지역과 샌디에고까지 600여 개에 달하는 스시 레스토랑과 시푸드 마켓에 물량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마켓에서 구입하는 제품들과 레스토랑에서 먹는 고급 해산물 요리들이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매일 아침 직접 장을 본다는 스시 셰프들의 말처럼 가장 신선하고 안전한 수산물들이 이곳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해산물이 유명한 미국 동부에서는 광어, 랍스터, 새우, 패주, 대합, 굴 등이 운송되어 오고, 시애틀에서는 바지락조개와 굴이, 북가주 인근에서는 미역을 먹여 깨끗하게 키워 살이 오른 전복 등이 이곳으로 수송된다.

연어는 알래스카산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양식된다. 손질하기 전의 싱싱한 연어.


하와이 참치·알래스카 연어 “최상급 자연산”

■ LA 다운타운 수산물 시장
도미는 자연산보다 양식한 것이 1.5배 비싸

하와이 인근 청정 지역의 자연산 참치, 스페인과 일본의 양식 참치를 비롯하여, 스코틀랜드나 캐나다의 양식 연어, 알래스카의 자연산 연어 등 우리가 자주 먹는 생선들이 모두 있다. 뉴질랜드의 자연산 도미, 일본의 양식 도미를 비롯하여 베트남,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수산물이 수입되니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다.

1만달러에 호가하는 450파운드짜리 스페인산 블루핀 참치.

자연산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몇몇 경우 맛이나 안전도로 볼 때 양식 어류가 뛰어난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도미는 상품적 가치 때문에 자연산보다 양식 도미가 1.5배 넘게 비싸고, 참치도 양식이 자연산에 비해 맛과 영양이 뒤지지 않는다는 것.

양식되는 생선은 어떤 사료를 먹였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참치는 고등어, 정어리, 오징어 등 잡식의 기호를 고려하여 자연산이 먹는 그대로를 먹인다고 하였다. 전복 역시 미역줄기 같은 해초류를 먹여 키운다. 양식이 되지 않는 종류로는 패주, 성게 등이 있다.

손질되어 포장을 기다리는 참치.

참치는 흔히 스시의 꽃이라 하여 그 퀄리티와 식당의 명성이 비례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며, 단가가 가장 높은 생선이기도 하다. 하와이 인근 청정지역의 자연산 참치(FDA의 검사로 수은함량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를 비롯하여, 스페인과 일본에서 매주 금요일 블루핀(bluefin)을 비롯한 최상급의 양식 참치가 수입되고 있다.

시애틀산 바지락조개와 굴.

1만달러를 호가하는 450파운드짜리 블루핀 손질하는 것을 구경했는데, 그 어마어마한 크기뿐 아니라 두껍고 윤기 흐르는 껍질과 살을 잘라낼 때마다 펼쳐지는 부위별로 다른 색깔과 질감이 마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했다.

참치는 오션그룹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최상급 품질만을 취급한다. 꼬리 쪽의 살점을 수직으로 잘라내어 감별을 하고 자체 등급과 가격을 정하는데 이 과정을 김영완 대표가 직접 하고 있다. 또한 김 대표가 직접 손질하여 포장까지 마칠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기도 하고, 손님들도 참치 거래만큼은 김대표와 직접 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싱싱한 우럭.

손질된 참치는 무게와 가격을 책정하고 종이로 싸서 하와이 자연산 스티커를 달고 직사각형의 박스에 보기 좋게 담겨 배달된다. 숙성이 시작되어 빛깔과 맛이 더 풍부해져서 다음날 맛이 가장 좋고, 사흘까지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연어는 알래스칸 킹 새몬 외에는 자연산이 거의 없고 주로 양식된 연어들이라고 한다. 등급이 있는 것은 아니고 산지에 따라 구분하며 스코틀랜드,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되고 있다.

등급의 기준이 되는 꼬리쪽 살점들.

제주산 활어 광어도 이곳을 통해 나간다. 제주 수협과 단독계약을 맺고 있어 수협의 철저한 관리아래 안전하게 양식된 제주산 광어만을 수입 판매하고 있단다. 한마리마다 고유의 꼬리표가 붙어 있으며, 비브리오 균 등의 관리가 엄격히 통제되어 안전하다. 제주산 활어를 미국에서도 싱싱하게 맛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오션 그룹 주식회사는

김영완 대표가 유학생으로 미국에 건너와 83년부터 수산물 사업을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연매출 4,000만달러에 이르는 사업으로 일구었다. LA에 본사를 두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라스베가스까지 지점을 확대하고 있다. 하와이, 일본, 한국, 뉴질랜드, 스페인, 알래스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세계 전 지역에서 최고 품질의 수산물을 공급받아 유통한다.

까다로운 일본인 고객들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품질에 집착해 부단한 노력한 결과 유수의 한식당들은 물론이고, 고급 일식당으로는 정평이 나있는 우라사와, 노부, 카츠야를 비롯하여 600여개의 레스토랑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2008년 KBS의 다큐멘터리 ‘지구촌 한국인 젊은 그대’를 통해 세계무대에서 성공한 한국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홀 세일이 원칙이지만 이른 시간 찾아온 일반 손님에게는 개별 판매도 가능하다고 한다.
주소 1100 S. Santa Fe Ave. LA (213)622-3677


글 ·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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