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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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칼럼/ HVAC와 더불어

2011-02-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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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팅의 H, 환기의 V, 쿨링의 AC를 합쳐, HVAC 라는 용어를 Mechanic에서 주로 사용한다. 다시 말하자면 여름철의 에어콘 기계나 겨울철의 보일러를 통한 히팅 유닛, 공기 정화를 위한 환기용 기계들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분야라고 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듯하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너무도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요즘은 뛰어난 건축 공법과 건축 자재들의 개발로 인해, 과거처럼 건물 자체의 스킨(창문, 도어 틈새 등)으로 부터 손실되는 실내의 조절된 온도의 공기량은 극히 드물다. 오히려 과거의 자연 환기를 중요시 하며 여닫이가 간편한 유리창들은 이제는 주택이나 저층 건물에서나 찾아 볼 수 있다.

고층 건물이나 최신식 시스템을 갖춘 건물에서는 유리창 자체의 여닫음이 거의 불가능한 건물이 태반이다. 그 만큼 실내 공기의 쾌적함과 건물 사용자들을 위한 편안한 실내 온도를 컴퓨터 시스템이 조절하는 시대에 도달해 있다. 수많은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즐비하며, 심지어 복잡한 기계 사용을 가르쳐 주고 효율적인 운영을 대신하는 서비스 업체들의 수도 상당한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너무 딱딱한 건축 엔지니어쪽의 이야기는 여기서 잠깐 접고, 쉽게 일반 교민들의 일상 생활 이야기를 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바비큐 하는 한인 식당에 들어가니 연기가 앞을 막고 옷에 남은 냄새는 며칠씩이나 배어있는 경험을 필자는 해 본 적이 있다. 다시 말해, 바비큐용 후드가 엔지니어 차원의 공기량의 흡입에 대한 계산 하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설치된 문제 넘버 원(One)에, 실내 환기 시설 미비의 문제 넘버 투(Two)가 원인들이기 때문이다. 또 주방을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자. 에어컨이나 히팅은 별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데 이 주방만큼은 여름에 더워 죽고 겨울에 추워 죽는다. 왜일까? 다름 아닌 키친 후드를 통한 메이크업 에어양의 계산 착오이든, 아님 아예 메이크업 에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방은 원래 그런거야!’라는 식의 대응책은 과거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후드 설치와 함께 환기통 설치만으로 일에 종지부를 찍는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는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메이크업 에어양의 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고 설치된 주방용 후드는 단순히 주방 사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데서 그 피해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 손실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필자는 이 자리를 빌어 한번 더 강조하고 싶다. 공사 견적비를 비교하면 물론 엄청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요식업에 종사하는 비즈니스맨들이 하루 이틀 하고 그만 두려고 시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큰 꿈과 계획을 마음에 품고 시작하는 마당에 바로 눈앞에 있는 금액 차이에 먼 장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큰 실수를 범하는 경우를 보면 필자는 가슴이 아프다. 매달 내는 전기비는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인가? 기계 자체는 문제없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데 주방의 외부 후레쉬 에어양의 부족으로 기존 손님들 공간에 있는 온도에 까지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그냥 간과하여서는 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건강에 무척 많은 신경을 쓴다. 여유만 된다면, 물질적인 투자 또한 아끼지 않는다. 몸에 좋은 음식, 보약, 뼈에 좋은 것, 피부에 좋은 것, 내부 순환기에 좋은 것, 등등등... 심지어 마시는 물에도 차별화를 둔 지가 얼마나 오래 되어 버렸는지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런 우리가 왜 항상 들이마시는 공기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무심한 지 필자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특히 대부분의 한인들은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실내 공기의 질적 수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에어컨이든 히팅이든 공기를 순환시키는 덕트가 얼마나 자주 청소가 되는지 관심 있는 분 과연 몇 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그 많은 먼지 찌꺼기를 몸속에 쌓아 두고 있다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유영삼(소유디자인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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