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평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

2011-02-0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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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언론, 뮤지컬 ‘스파이더맨’ 프리뷰 비평 놓고 미묘한 신경전

요즘 미국 공연계의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는 뮤지컬 ‘스파이더맨((Spider-man:Turn Off the Dark)’이다. 아일랜드 록그룹 U2의 보노와 에지가 작곡ㆍ작사를 맡은 이 뮤지컬은 현재 뉴욕 브로드웨이의 폭스우즈극장에서 프리뷰(preview), 즉 시연(試演) 중이다. 이 작품의 제작비는 무려 6천500만달러(약 720억원). 브로드웨이의 보통 대형뮤지컬에 들어가는 돈의 세 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미국 뮤지컬 역사상 이만큼의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은 없었다.

이 뮤지컬의 연출가는 ‘라이언 킹’을 만든 여성연출가 줄리 테이머(Taymor).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 그의 지휘 아래 프리뷰 단계까지 오기까지는 했으나 이 작품의 공식 공연 개시날짜는 벌써 다섯 번째 미뤄지고 있다.


첨단 서커스 뮤지컬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배우들의 고난도 곡예성 연기가 작품의 주요 내용을 이루면서 부상을 당하는 배우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뮤지컬에서는 연기자들이 줄을 타고 고층빌딩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고 객석 위를 나르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말 프리뷰에 들어간 ‘스파이더맨’의 현재 정해진 공식공연 개시일은 오는 3월15일. 상황에 따라서는 또 지연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흥미로운 점은 이 와중에 관람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 수치인 지난달 마지막 주의 통계로 보면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뮤지컬인 ‘위키드(Wicked)’는 일주일간 130만달러(관객수 1만3천332명)의 매표수입을 거뒀다. 이에 비해 ‘스파이더맨’은 약간 낮은 129만3천달러(1만2천455명)를 끌어모았다.

그 기간 공연횟수는 ‘위키드’가 8회, ‘스파이더맨’이 7회였다. ‘스파이더맨’의 인기가 더 높으면 높았지 낮지는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위키드’는 공식공연이었고 ‘스파이더맨’은 프리뷰 공연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프리뷰 작품은 말 그대로 시험적인 공연이며 완성된 것이 아니다. 보통 6주 안팎의 프리뷰 기간은 제작자들이 작품을 가다듬는 시기로 활용하고, 관객들은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티켓, 완전히 무르익기 전 단계의 작품 감상 등 여러가지 이유로 극장을 찾는다. 제대로 된 작품을 보려는 관객들은 프리뷰 기간에 티켓을 사지 않는다. 프리뷰 기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제작자들은 언론사에 작품을 공개하고 평가를 받는다. 공식적으로 공연이 시작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현상 하나는 뉴욕의 언론매체들이 ‘스파이더맨’의 비평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 언론의 연극, 뮤지컬 등 공연비평가들에게 불문율 같은 것이 하나 있다. 뉴욕 무대에 올려질 예정인 작품을 뉴욕 밖에서 시험공연(tryout)할 때나 프리뷰 기간에는 그 작품에 대한 비평을 삼간다. 완성된 작품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제작자들은 비평에 대한 부담이 없는 가운데 이런 공연들을 통해 전문가 또는 마니아층 관객들의 의견을 모니터하면서 완성도를 높여나간다.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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