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뉴욕시의 부동산 시장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야기된 침체의 늪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회복의 조짐을 보였다. 상반기는 연방정부의 세금 혜택으로 모처럼 주택 판매가 활기를 띄었고 후반기에도 미약하나마 주택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지역이 나타났다. 맨하탄의 상업용 부동산은 뚜렷한 반등의 움직임이 있었다.
■ 세금 혜택과 낮은 이자율로 주택경기 기지개
비수기인 2월까지는 거래량이 지난해 수준으로 저조했으나 3월에 접어들면서 매물과 구입희망자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11월이 마감이던 첫 주택 구입자 세금 크레딧 프로그램이 4월 말까지 연장된 것이 전년에 비해 30% 정도 거래량이 늘어난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신축 콘도들은 관리비 면제, 클로징 비용 할인 등을 내세워 고객 끌이기에 나서 가격 부담이 적은 30~40만달러대를 중심으로 한인들의 콘도 구매도 늘어났다.
2009년 정부가 모기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6% 초반대에서 5%대까지 내려갔고 올해는 4.5%대까지 사상 최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고정 모기지뿐 아니라 지변동모기지 이자율도 급락했다. 이 같은 요인으로 2분기 중 주택판매 증가율은 퀸즈가 86.6%. 브루클린이 16.25%를 기록했다.
■ 3분기도 거래 활발
주택거래 회복세는 성수기인 3분기동안 5개보로의 주택, 아파트먼트 판매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 여파로 뉴욕주 교외 지역의 주택 거래까지 활기를 띄었다.
레지덴셜 NYC의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시의 주택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고 2분기에 비해서도 11% 높아졌다. 맨하탄이 유난히 활발해 증가율은 26%에 달했다. 거래를 주도한 것은 콘도였다. 브루클린의 경우 3분기 콘도 판매가 914채로 작년보다 2배나 급증했다. 콘도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윌리엄스버그 지역은 이 기간 거래가 3배나 늘었다. 가격면에서 보면 이 기간 거래액은 총 83억6,000만달러로 전년대비 26%나 증가했다. 이 자료가 의미가 있는 것은 5개 보로 지역의 코압, 콘도, 싱글하우스, 3패밀리 하우스 등 모든 유형의 주택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다만 지역별 가격은 편차가 있었다. 평균 판매가는 72만2,000달러로 2009년보다 7% 올랐다. 맨하탄이 8% 높아진 130만 달러, 가격이 떨어진 브루클린은 47만8,000달러, 퀸즈는 39만6,000달러였다.
■ 한인지역 가격 동향
주택가격이 정점을 이루는 2분기에 한인 밀집 지역인 플러싱, 베이사이드, 더글라스톤 리틀넥의 주택 가격은 대부분 1년전에 비해 하락했고 1분기에 비해서는 오르는 양상이었다. 플러싱의 5월~7월까지의 주택 중간 가격은 4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3% 올랐다. 스퀘어 풋당 평균 가격은 398달러로 퀸즈 전체 평균의 2배 비싼 가격이다.베이사이드의 이 기간 중간 가격은 70만7,000달러로 1분기에 비해 12.2% 늘었다. 더글라스톤/리틀넥의 중간 가격은 63만9,000달러다. 일년전 72만9,000달러에 비하면 12.3% 낮아진 가격이지만 1분기 60만달러에 비해서 6.5% 인상했다. 와잇스톤은 63만8,000달러로 2009년 74만5,000달러에 비해 14.4% 가격이 낮아졌다.
■ 렌트도 상승
퀸즈 지역의 렌트 수요가 늘면서 주택 및 콘도미니엄의 렌트 가격이 올랐다. 플러싱과 베이사이드 등에는 가을 들어 1베드룸과 2베드룸 하우스와 콘도의 수요가 몰리면서 렌트가 지난해에 비해 100~200달러 이상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플러싱과 베이사이드 지역의 1베드룸 콘도는 1,200~1,300달러, 2베드룸 콘도는 1,600달러 내외로 거래되고 있다. 주택의 경우 유틸리티가 포함이 되지 않아 콘도보다 약 100달러 저렴하게 나왔다.
와잇스톤 지역의 1베드룸은 1,200~1,250달러, 2베드룸은 1,400달러 내외로 거래됐고 2베드룸 콘도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어 2베드룸의 가격이 뛰었다. 지역 중개인들은 플러싱 콘도에서 거주할 경우 주차비가 만만치 않지만 추가비용들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와잇스톤이 선호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신축콘도들이 상당수 들어선 칼리지 포인트 역시 렌트 가격이 올랐다. 플러싱에 비해 20% 가량 저렴하지만 예년에 비해 100~200달러 오르고 있다. 킹스톤 부동산의 존 이 중개인은 “최근 들어 차압이 늘면서 집을 뺏긴 한인들이 렌트로 옮겨갔다"며 "또 경기가 부진하면서 3베드룸이나 4베드룸의 렌트를 아끼고자 집의 규모를 줄여 이사가면서 렌트 수요가 활발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주택구입에 대한 논란
“집을 갖는 것이 여전히 현명한 방법인가?”라는 주제가 올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주요 언론들은 연일 “주택이 가장 안전한 투자이던 시대는 지났다”고 진단하면서도 여전히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반론도 설득력있게 소개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빚을 내서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더 이상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두가 집을 가져야 한다는 욕심, 이를 뒷받침해왔던 정부의 정책이 현재의 위기를 불렀고 이제 집 소유에 대한 일반인들의 근본적인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론을 펴는 사람들은 “무책임한 대출과 능력없이 집을 사는 사람들이 문제일 뿐 여전히 집을 소유하는 것은 중산층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반박했다.
■ 여전히 어려운 융자
올 한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이 안정되고 모기지 이자율이 사상 최저인 지금이 크레딧이 양호한 실수요자에게는 최적의 주택 구입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다운페이먼트의 여유가 있으면서도 세금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많은 한인들은 까다로워진 융자 조건으로 인해 주택 구입에 애로를 겪고 있다. 티나 김 부동산협회장은 “무엇보다 주택 경기가 회복되려면 은행이 제시하는 융자 조건들이 완화돼야 한다”며 “융자를 얻기 힘들다보니 주택을 구입하려고 했다가도 결국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은행이 조건을 완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융자 조건이 가까운 시기에 완화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박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