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현/M&T Bank Sr. Loan Officer
필자는 한번 결정한 것은 왠만하면 바꾸지 않는다. 이런 고지식한 성격 때문에 전에 갖고 있는 셀폰 역시 거의 몇 해 동안 사용했던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전화는 통화만 잘되면 되지 뭐하러 잡다한 기능을 복잡하게 넣어서 쉽게 고장나고 통화도 힘들게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이런 고집을 고수할 때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가 정보사회에서 뒤처지는 것 같아서 대리점에 방문했다. 무리를 해서 최고 신형 스마트폰이라는 걸로 바뀌었다. 친절하게 설명해주던 한인 점원이 필자가 갖고 있는 페인트가 거의 벗겨진 전화기를 보며 ‘선생님이 갖고 있는 건 폐차 될 티코인데 방금 구입한건 신형 그랜저’란다. 이해가 되었다. 이건 전화가 아니라 손안에 있는 작은 컴퓨터였다. 여기 있는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족히 몇 달은 걸릴 것 같다.
신형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생각나는 게 내가 원하던 원치 않던 지금 나는 급변하는 세상의 중심에 서 있다는 거다. 이처럼 독자들이나 필자나 주급을 받고 있던,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렌트로 살고 있던, 모기지를 내고 있던, 전혀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매일 급변하는 일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할일은 새로 나온 스마트 폰을 상세히 설명해 준 그 점원처럼 이 급변하게 돌아가는 시장 속에 모기지 상황은 또 어떻게 될지 전달하는 것이다. 그럼 이번 시간은 모기지의 전체적인 동향을 짚어보며 다가올 새해에는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알아보자.
1.패니매와 프레디맥
얼마전 워싱턴 연합 보도에 의하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11조달러 규모에 달하는 주택 모기지 대출 시장에서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국책모기지 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간략히 설명을 하면 현재 독자들은 주택융자를 얻을 때 일반적으로 시중 은행과 모지지를 융자해주는 브로커들을 떠올린다. 쉽게 브로커들은 은행 몇 곳을 거래하고 은행은 직접 융자를 해주는 곳으로 생각하는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시중 은행들도 국책모기 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융자 브로커 역할을 한다면 더 정확하다. 시중 주택 융자의 90%가 고객들이 인지하고 있던 그렇지 않던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보증하는 모기지이다.
고객들이 매달 시중 은행으로부터 받는 모지지 스테이트먼트는 해당 은행이 그냥 청구업무(Billing Service)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주택융자에 있어서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가끔 고객들 중 시중 은행들로 열심히 샤핑을 하는 이들도 있는데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융자의 기본적인 틀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에서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을 모든 은행에서 따른다.
2.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순기능
앞서 말한 것처럼 일반 시중 은행들에게 주택 모기지를 패니매와 프레디맥에서 보증을 해주고 모기지 채권을 인수해 줌으로써 주택 모기지 금리를 시장 실제금리보다 현저하게 낮춰 줌으로써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기틀을 마련해 주게 하였다. 일련의 예로 얼마 전 중국 고객이 한 명 있었는데 고객은 단기 체류 비자를 갖고 있으며 세컨 홈을 구입하길 원했다. 다운을 50% 가까이 하고 나머지 50%는 융자를 받길 원했다. 하지만 외국인으로 소셜번호와 크레딧 기록이 없는 관계로 패니매나 프레디맥으로 융자를 받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택한 어렵게 찾은 방법이 시중 로컬 은행에서 외국인에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30년 모기지 이자를 무려 9% 가까이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 4% 초반의 30년 고정 모기지를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이자를 두 배 이상 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격을 갖춘 고객들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수혜를 받는다.
3.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역기능
오바마 행정부가 지금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2008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로 정부에서 이들에게 쏟아 부은 공적자금이 무려 1,480억달러에 이른다고 하고 또 이 지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즉 납세자들이 낸 세금으로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손실을 메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근간으로 하는 시장 경제하에서 일반 가계의 가장 큰 부분인 주택 모기지를 정부에서 전체 90%까지 맡고 있고 이 문제를 납세로 메운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앞서 말한 것처럼 일반 시중 은행에서 대부분 패니매와 프래디맥의 프로그램으로 융자를 해 주다보니 융자의 다양성도 점점 줄어들어 버렸다. 만약 일반 시중 은행에서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50% 다운을 하는 외국인이나 30% 이상 다운 가능한 수입이 부족한 고객들에게 시장 금리에 약간 프리미엄을 붙여서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을 것이다.
4.앞으로의 융자 전망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간략히 살펴보았는데 사실 정부에서 급격하게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보증 시스템을 바꾸어 놓긴 힘들 것이다. 민간 시장이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유동성을 받쳐줄 만한 준비가 안 돼 있을 뿐더러 그만큼 소화해 낼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점진적으로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시장에서 빠져나오도록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일선 모기지 은행들에 있다. 이제는 금융 사태가 조금
은 진정이 되어 가고 있으니 큰 은행들부터 패니매나 프레디맥 보증 프로그램외 자체 프로그램을 내 놓아야 될 건데 아직 서로 눈치만 보는 것 같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부담이 되는 게 지금 이자가 너무 낮아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은행도 모기지 융자를 해서 이득을 좀 봐야 되는데 모기지 이자가 5%도 안되니 이것으로 장기 투자를 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이니 은행들도 그기에 맞춰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2010년 초반보다는 2010년 후반기에 와서 경기가 조금씩 호전되는 것 같다. 2008년부터 나락으로 치닫던 경제가 이제 약간 그 끝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증시나 실업률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이것이 내년 상반기까지만 받쳐 준다면 내년부터는 평년의 주택 상승세를 탈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모두가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지혜롭게 대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