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건축칼럼/ 브랜드 디자인

2010-12-11 (토)
크게 작게
유영삼(소유디자인그룹 대표)


필자는 개인적인 일로 4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몇일 전 귀국했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한국은 새롭게 단장한 성냥갑 아파트 단지들이 뿜어내는 중압감 같은 것으로 필자를 강하게 내려쳤다고나 할까? 나름대로 제각기 특색있는 색깔을 내려고 노력한 모습이 군데군데 보이며 전국적인 체인점 같은 모습을 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도시 전체 스케일 역시 훨씬 더 높은 스카이라인을 자랑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지방 대도시들로 옮겨 갈수록 알게 된 사실은 대다수의 아파트 신주거 단지들이 이미 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이었다. 혹시 케케묵은 정경 유착의 낡은 수법으로 또 다시 대한민국 중산층을 희롱하며 소위 말하는 고위직과 상류층의 편파적인 부 증축을 위해 각 지역만의 아름다운 주거 형태를 획일적인 방법으로 통일시켜 대한민국 전역을 성냥갑 나라로 바꿔 버리지 않았나, 잠시나마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

힘없이 뒷골목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다시 건축이야기로 돌아가면 무질서한 사인, 간판은 필자의 눈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좋은 건수였지만 워낙 뉴저지 모타운의 사인 커미티에서 일삼은 횡포에 몸과 마음이 시달린지라 오히려 부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사인과 간판을 통해 자기 비즈니스를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 몸부림칠 수 있는 자유를 가진 점주들이 너무 부러웠다.대중매체로만 전해 들은 커피 프랜차이즈의 붐도 온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는 스타벅스나 던킨 같은 대규모의 유명한 해외 브랜드 뿐만 아니라 매니아들만이 즐길 수 있는 지역적 브랜드의 투자 개발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어 무척 흐뭇했다. 필자 또한 건축이외에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기 때문에 커피에 대해서는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지라, 직업의식을 가지고 수십 군데의 프랜차이즈들을 찾아 다녀 본 결론은, 메뉴의 다양성과 상품의 마케팅 체계는 과연 훌륭했다. 자기만의 고유 상품 브랜드화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규모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비즈니스 차원에서 확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초기 브랜드의 이미지 셋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디자인 전문가들과의 상호 협력 체제가 과거에 비해 눈부시게 발전했고, 디자이너들에 귀기울이는 세심함이 상당함을 느꼈다.


필자가 느끼는 현 뉴욕, 뉴저지의 실정을 리테일 비즈니스, 즉 요식업을 예로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싶다. 자신 있는 아이템을 골라 목좋은 가게 하나를 얻는다. 맛으로 승부하면 된다는 계획으로 건축쪽에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화해서 어떻게든 싸게 마무리 짓고 장사를 하루라도 빨리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방식이 대다수 교민들의 접근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중에는 디자인의 중요성과 비즈니스의 체계화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오너들도 적지 않으리라 본다. 건축 설계나 디자인을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별 것 아닌 그림 한 두장 정도로 인식하는 풍토도 여기에 일조하는 게 작금의 현실인데 하루라도 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램이다.꼭 프랜차이즈를 하기 위한 준비가 아니라 어떤 비즈니스를 계획하거나 실제 운영하고 있다면 항상 체계화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한번 더 강조하고 싶다. 더구나 지금처럼 시각에 치중하고 있는 트렌드에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한층 더 짚어 보고 싶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도 있듯이 눈에 띄어 나쁠 건 하나도 없지 않겠나? 그렇다고 내용 없이 여기저기서 구질구질 카피해서 사용하는 방식이 먹히는 것도 옛날 말이 아닐까 싶다. 보다 나은 이곳 한인들의 비즈니스 발전을 위해서도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도입해서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램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