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이터 (The Fighter)

2010-12-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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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파이터 (The Fighter)

미키(마크 왈버그·오른쪽)가 트레이너인 형 디키(크리스천 베일)와 함께 링에 서 있다.

★★★★ (5개 만점)


“두고봐, 반드시 챔피언 따낸다”

막노동하며 7전8기 미키 워드의 실화


매서추세츠 로웰의 서민층 막노동자로 7전8기 끝에 주니어 웰터급 챔피언이 되었던 ‘아이리시’ 미키 워드(마크 왈버그)의 실화다. 마지막에 가서 흥분되는 권투경기가 있지만 이 영화는 권투영화라기 보다 미키와 그의 이복형으로 마약쟁이인 디키 에클런드(크리스천 베일) 간의 형제애와 그의 기족을 둘러싼 혈연 드라마요 또 블루 클래스에 대한 연민의 정을 품은 송가라고 하겠다.

이야기가 질서정연하게 묘사되지 않고 들쭉날쭉하는 식인데 이런 스케치식 서술방식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힘이 있고 또 감정적이다. 특히 볼 만한 것은 왈버그와 베일을 비롯해 여러 연기파 배우들의 사실적이요 흙냄새가 나는 실팍한 연기. 이와 함께 손으로 들고 찍은 촬영도 매우 역동적이다. 거칠도록 현실감이 강한 잘 만든 재미있는 드라마로 여러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감이다. 그러나 로키식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영화는 아니다.

미키는 권투선수이지만 여러 번 패한 끝에 지금은 도로포장 노동자로 일하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의 우상이자 트레이너는 그의 이복형 디키. 그런데 문제는 디키가 약물중독자라는 점. 디키도 한 때 권투선수로 그는 슈가 레이 레너드와 경기한 것을 크게 영광으로 생각하며 으스댄다.

미키를 지배하는 것은 그의 독점적이요 지나치게 성가신 어머니 앨리스(멜리사 리오)로 앨리스는 디키를 제쳐놓고 미키의 매니저 노릇을 하는데 돈에 눈이 멀어 미키가 승산이 없는데도 경기에 내보낸다. 이 바람에 디키와 앨리스 간에 큰 갈등이 생긴다.

영화는 HBO가 한 때 성공의 문턱에 다다랐다가 약물 때문에 좌절당한 사람들의 얘기를 만드는 기록영화의 대상으로 디키를 골라 그의 일상을 찍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자기도취형인 디키는 자신의 몰골과 한심한 모습을 자랑스럽게 카메라에 내민다.

미키와 디키 그리고 이 둘을 지배하려 드는 앨리스 간의 애증이 얽힌 관계 그리고 니키의 7명에 달하는 자매들의 시끌벅적한 모습이 때로 만화적으로 우습고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여기에 미키가 사랑하는 대학 중퇴의 바텐더 샬린(에이미 애담스)과의 로맨스와 역시 서민층인 샬린의 가족들의 삶이 삽화식으로 묘사된다.

한편 미키는 줏대가 센 샬린의 강한 권고에 따라 디키와 앨리스를 모두 제치고 다른 트레이너와 매니저를 고용, 경기에 나가 연전연승한다. 그리고 디키는 강도질을 하다가 경찰에 체포돼 실형을 산다. 클라이맥스는 디키가 출옥 후 다시 미키의 트레이너가 돼 맹연습 끝에 챔피언전에 나가면서 격렬한 대결이 벌어진다.

언제나 튼튼한 연기를 하는 왈버그를 비롯해 리오와 애담스의 연기가 훌륭한데 가장 볼 만한 것은 베일의 연기. 왈버그의 영화 속 비중을 훔쳐내는 사이코 같은 연기로 경탄을 금치 못하겠다. 데이빗 O. 러셀 감독. Paramount.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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