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사가 서린 문화가 있는 삶이 숨쉬는 길

2010-11-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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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그냥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차가 지나다니는 평범한 길일 뿐이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몇 블락 안 되는 길 안에 한 나라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떤 길에는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어떤 길은 한두 번 걸어다니다 보면 남가주의 첨단 유행이 한 눈에 들어온다. 몇백 피트밖에 안 되는 이 좁은 길들을 구경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LA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리들이 자리 잡고 있다.

LA에서 최초로 생긴 ‘올베라 스트릿’, 부의 상징 베벌리힐스의 ‘로데오 드라이브’, 할리웃 최고 스타들이 만들고 있는 ‘할리웃 스타의 거리’, 첨단 유행패션의 거리 ‘멜로즈 애비뉴’, 젊음과 예술의 거리 ‘샌타모니카 3rd 스트릿 프라미나드’ 등이다. 이곳들은 타주, 혹은 외국에서 방문한 사람들이 꼭 한 번씩 들러보는 유명 관광지이기도 하다. 가족, 혹은 친구들과 가뿐한 마음으로 떠나는 토요일 반나절 코스 나들이로는 손색이 없는 LA 내 유명한 길들을 모아봤다.






커버 스토리 - LA를 대표하는 거리

■ 올베라 스트릿

멕시코의 어느 도시의 한 골목 어귀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올베라 스트릿(Olvera Street)은 LA에서 최초로 생긴 길이다.

약 200미터밖에 안 되는 짧은 길이지만 멕시코 스타일의 야외시장 형식을 갖추고 있다.

벽돌이 깔려 운치 있는 길의 양 쪽에는 멕시코에서 공수해 온 진기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가게들과 정통 멕시칸 레스토랑들이 늘어서 있어 눈과 입을 즐겁게 해 준다.

길가에 늘어선 토산품 가게에서는 멕시코 나무인형과 가죽제품, ‘서라피’라 불리는 멕시코 전통 모포들을 판매하는데 이국적인 매력이 물씬 풍긴다.


대부분 일 년 내내 관광객들로 붐비기 때문에 언제나 설레는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길거리 연주자들이 선보이는 멕시코 음악이 이같은 축제 분위기를 더한다. 여름에는 해질녘에 찾아가면 한층 차분하면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데, 마치 멕시코의 한 휴양지를 찾은 듯한 착각에 빠진다.

올베라 스트릿은 미국 속의 멕시코 마을인 만큼 멕시코의 휴일인 ‘싱코 데 마요’와 멕시코 독립기념일에는 대대적인 축제가 열린다.

이때는 곳곳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축제 분위기가 고조된다.

LA에서 가장 오래 된 거리인 만큼 랜드마크도 곳곳에 위치한다.

올베라 스트릿 중간에 위치하는 저택인 ‘아빌라 아도비’(Avila Adobe)는 LA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집으로 1824년에 지어졌다고 하니 이곳에서 사진 한 컷 안 찍는다면 서운하겠다.

또한 서쪽으로 위치하는 ‘올드 플라자 교회’(Old Plaza Church)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며, 가장 오래된 소방서인 ‘올드 플라자 파이어하우스’Old Plaza Firehouse)도 빼놓을 수 없는 이 거리의 명물이다.


•위치: 다운타운 올베라 스트릿과 시저 차베스 애비뉴(Cesar Chavez Ave.) 만나는 곳

•전화: (213)628-1274

•오프닝 시간: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3시(여름에는 밤 10시까지 개방)
•홈페이지: www.olvera-street.com


멕시코 어느 도시의 한 골목 어귀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올베라 스트릿은 이국적인 정취와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길거리 퍼포먼스 젊은 에너지 충만

■ 샌타모니카 3rd 스트릿 프라미나드

샌타모니카의 명물 3rd 스트릿 프라미나드(Third Street Promenade)는 아름다운 샌타모티카 바닷가 인근 3가 길에 ‘브로드웨이’(Broadway)부터 윌셔 블러버드까지의 구간으로 자동차가 지나다니지 않는 보행 길에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랑, 영화관들이 늘어선 거리다.

거대한 ‘실외 보행자를 위한 몰’이라 불리는 이곳은 브로드웨이와 3가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3층 건물의 ‘샌타모니카 플레이스’ 몰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이 몰은 영화 ‘터미네이터 2’의 무대가 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자라’(Zara)와 ‘디젤’(Disel), ‘제이 크루’(J. Crew) 등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브랜드의 상점은 물론, 유명한 레스토랑과 카페, 퍼브, 영화관들이 몰려 있어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많은 인파가 몰리며 항상 역동하는 젊은 에너지가 넘친다.

특히 길거리에서는 로컬 뮤지션들이 다양한 음악 및 퍼포먼스를 펼치며, 즉석 초상화와 타투,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샤핑과 엔터테인먼트, 근사한 식사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샌타모니카 3rd 스트릿 프라미나드의 화려한 야경. 항상 역동적인 젊음의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부와 명성의 거리 LA의 랜드마크

■ 로데오 드라이브

부의 상징인 베벌리힐스의 대표적인 샤핑거리 로데오 드라이브(Rodeo Drive)는 월셔 블러버드에서 시작해 샌타모니카 블러버드에 이르는 세 블락의 짧은 길이다.

로데오 드라이브가 시작되는 윌셔 블러버드와 로데오 드라이브 만나는 곳에는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영화 ‘프리티 우먼’의 촬영지인 ‘레전트 베벌리 윌셔 호텔’(Regent Beverly Wilshire Hotel)이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며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일류 부틱과 디자이너의 상점들이 빽빽이 몰려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샤넬’과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에르메세’ ‘알마니’ ‘디올’ ‘발렌티노’ 등이 있으며, 또한 ‘카르티에’나 ‘티파니’와 같은 명품 보석상점이 자리 잡고 있다.

초호화 상점이 즐비한 만큼 유명 셀러브러티들도 샤핑을 하기 위해 자주 모습을 나타낸다. 때문에 운이 좋으면 TV나 영화에서나 보던 스타들을 직접 보는 ‘행운’을 거머쥘 수도 있으며, 이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이곳에는 정말로 샤핑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도 있지만 관광의 목적으로, 혹은 윈도샤핑을 하면서 혹시나 무비스타나 연예인들을 볼 수 있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거리를 걷고 있는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밖에 패션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롤스로이드’ ‘벤틀리’ 등 초호화 자동차들을 찻길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등 다양한 눈요깃거리가 가득하다. 또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거리 전체에 화려한 크리스마스 리스와 조명,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모형의 장식이 걸려 화려한 베벌리힐스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한 순간에 무리한 결정을 한다면 연말 내내 허리띠 조이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독자들은 철저히 ‘눈요기’ 혹은 ‘대리만족’을 위한 마음으로 이곳을 방문할 것. 만약 마인드 컨트롤이 자신 없다면 이곳은 과감히 ‘패스’(pass)할 것을 권한다.


세계적 부틱·명품 브랜드점 빽빽
독특한 패션샵 아기자기 추억서려


■ 멜로즈 애비뉴

로데오 드라이브가 클래식한 상류층 패션을 상징하는 거리라면, 하이랜드 애비뉴(Highland Ave.)와 라시에네가(La Cienega Blvd.)사이의 멜로즈 애비뉴(Melrose Ave.)는 좀 더 ‘힙’한 패션을 상징하는 거리라 하겠다.

뉴 웨이브와 힙합, 메탈, 펑크 등 최첨단 패션을 선도하는 멜로즈 애비뉴는 첨단 패션과 복고풍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독특한 아이템이 가득한 옷 가게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저 한가롭게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패션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흥미를 느낄 수 있다.

로데오 드라이브와 마찬가지로 멜로즈 애비뉴 역시 할리웃 스타들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는 거리다. 실제로 잡지에 나오는 파파라치 샷의 대부분이 멜로즈 애비뉴에서 찍힌 사진들이니 말이다. 멜로즈 애비뉴는 유명 스타들의 단골집들도 즐비한데, 샌드라 블록이 찾는 향수가게, 사라 제시카 파커를 비롯해 많은 배우들이 찾는 슈즈 샵 등이 자리 잡고 있단다.

독특한 패션샵으로 유명한 만큼, 이 거리에 위치한 특이한 식당들도 이곳을 찾는 즐거움을 더한다. 특히 멜로즈 애비뉴와 라브레아 애비뉴(La Brea Ave.)에 위치한 ‘핑크 핫도그’(Pink Hotdog)는 항상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는 LA의 명물로, 1939년 조그마한 길거리 벤더로부터 시작해 가문 대대로 한 자리에서 영업을 해 오는 핫도그 가게다.

예전에 브루스 윌리스가 데미 무어에게 청혼한 곳이라니 한 번쯤 들러 이 집의 대표메뉴인 ‘칠리도그’를 맛보는 것도 추억이 될 것이다.

■ 라시에네가 레스토랑 로

라시에네가 블러버드(La Cienega Bl.)의 윌셔 블러버드부터 샌타모니카 블러버드까지 펼쳐진 ‘레스토랑 거리’(La Cienega Restaurant Raw)는 LA의 절대 미각과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벌리힐스로부터 웨스트할리웃까지 펼쳐진 이 길은 미식가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최고의 레스토랑들이 가득하다. 오랜 세월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 ‘로리스’(Lawry’s)와, 마늘요리 전문점 ‘스팅킹 로즈’(Stinking Rose), 최고의 스시집으로 통하는 맛수히사(Matsuhisa), 철판 고기 전문점 베니하나(Benihana), 고급 한식의 명소 ‘우래옥’(Woo Rae Ok)등 유명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주말 저녁에는 대부분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당대 할리웃의 명사 2천여명 자취

■ 스타의 거리

사실 할리웃이란 곳이 미국 영화계의 화려함을 연상시키지만, 실상은 그다지 뚜렷한 명소가 몇 개 없는 곳이다. 그 중 할리웃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된 ‘차이니즈 디어터’(Chinese Theater)의 앞뜰 콘크리트 바닥에는 유명 스타들의 손자국과 발자국이 사인과 함께 새겨져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발자국 앞에서 촬영을 한다.

이 차이니즈 디어터 앞뜰을 중심으로, 할리웃 블러버드 선상에 펼쳐진 것이 스타의 거리(Walk of Fame)다.

전설적인 할리웃 영화배우와 TV 탤런트, 뮤지션 등 약 2,000여명의 전설적인 스타들의 이름이 별 모양의 브론즈로 길 위에 쭉 새겨져 있다. 유명인들은 분야 별로 다섯 개의 로고로 나뉘어 있는데 카메라는 영화, 마이크는 라디오, TV셋은 TV, 레코드는 음악 등을 상징해 이를 분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다가 찰리 채플린, 잉글리드 버그만 등 왕년의 스타는 물론 지난해 타계한 마이클 잭슨 등 낯익은 스타들의 브론즈도 찾아볼 수 있다.

•위치: 차이니즈 디어터
6925 Hollywood Bl. LA
•전화: (213)464-8111


<홍지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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