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늘고 길게’ 70년대를 다시 입는다

2010-10-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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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봄·여름 트렌드 디스코·펑크·히피룩 복고패션 부활

배즐리 미스카·마크 제이콥스 등
허리와 다리 라인 강조한 ‘롱 앤 린’
하이웨이스트·와이드 팬츠 소개

2010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시작된 70년대 복고 패션은 2011년 봄/여름 컬렉션에 와서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뮤즈(영감)로 작용했다. 지난해 유행했던 80년대 레트로 무드에서 더 과거로 회귀한 70년대 복고 패션의 키워드는 길고 날씬한 ‘롱 앤 린’(long&lean).

클로이(Chloe),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구찌(Gucci), 배즐리 미스카(Badgley Mischka),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엘리 사브(Elie Saab) 등이 70년대 디스코 패션을 부활시키며 허리 라인과 다리 라인을 강조했다. 더욱 길어진 스커트와 더욱 넓어진 와이드 팬츠는 70년대 전문직으로 진출한 여성들의 지적이면서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을 재현하고 있다.


새로운 개념과 엄격한 디자인으로 완전히 새로운 룩을 유행시켰던 전설의 디자이너 할스턴(Halston)에 경의를 표하고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an Westwood)가 제시한 과격하고 파괴적인 ‘펑크 룩’,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으로 자유와 평화를 노래하던 ‘히피 패션’이 또 다른 트렌드를 형성했는데 이 역시 1970년대에 유행한 문화이다.

먼저 ‘롱 앤 린’ 스타일을 보자. 낮에는 장식을 최대한 절제한 심플 비즈니스 우먼룩으로 가늘고 길게 보이는 하이웨이스트 드레스나 블라우스와 와이드팬츠를 입고, 밤이 되면 대담한 메탈릭 컬러와 광택이 흘러내리는 글래머러스한 드레스를 입고 디스코 클럽으로 향하는 70년대 여성들의 재현이다.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와 자신감이 넘치는 섹시미의 공존. 전반적으로는 디테일을 최소화하고 소재나 실루엣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미니멀리즘 스타일이 대세지만, 70년대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액세서리가 눈에 확 들어온다. 패션이란 단순히 옷만을 입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헤어와 메이컵, 액세서리 등을 갖춰 입는 토탈 코디네이션을 통한 과시욕이 또다시 고개를 들이민 것이다..

꼬불거리는 긴 머리에 느슨한 모자와 선글래스로 1970년대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조디 포스터 패션을 재현한 배즐리 미스카(Badgley Mischka) 컬렉션.

1970년대 복고와 점프 수트의 만남으로 뉴요커 감성을 드러낸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컬렉션.

길고 날씬한 ‘롱 앤 린’ 룩을 선보인 배즐리 미스카(Badgley Mischka) 컬렉션.

레이스 드레스에 조끼 매치
세련된 웨스턴 스타일 완성


2011 파리 패션위크 봄/여름 컬렉션에서 1970년대 복고 패션의 절정을 꽃피운 디자이너는 레바논 출신의 엘리 사브(Elie Saab)이다.

저지, 시폰, 세퀸 소재의 바디 라인이 강조된 롱 드레스와 미니 드레스, 팬츠 수트에 플랫폼 샌들을 신은 모델들이 선보인 라인업은 스튜디오 54의 와일드 나잇을 방불케 했다. 패션쇼 음악의 거장 미셸 고베르가 제작한 롤링 스톤즈, 블론디, 다이애나 로스 음색의 사운드트랙은 관중들의 맥박을 뛰게 만들어 최고조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배즐리 미스카(Badgley Mischka)는 1988년도 영화 ‘다이애나의 두 남자’(White Mischief)에서 영감을 받은 ‘영원한 글래머룩’을 선보였다. 연한 핑크빛과 아이스 블루를 주 색상으로 한 배즐리 미스카 패션쇼는 세컨 라인인 ‘마크 앤 제임스’(Mark & James)를 포함해 배즐리 미스카 쿠틔르(고급맞춤복)와 레디 투 웨어(기성복) 3가지 컬렉션이 공존한 스타일로 지속되는 경기 불황에 하나의 대안을 제시했다.


저지, 시폰, 세퀸 소재의 바디 라인이 강조된 롱 드레스와 미니 드레스에 플랫폼 샌들을 신은 모델들이 와일드 나잇을 선사한 엘리 사브(Elie Saab) 컬렉션.


카우걸 패션을 차용해 보헤미안 히피룩을 만들어낸 랄프 로렌(Ralph Lauren) 컬렉션.


루이비통(Louis Vuitton) 컬렉션에서 아트 데코, 아르 누보, 오리엔탈리즘을 논하며 과장한 스타일을 내세웠던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는 자신의 컬렉션에서는 1970년대 복고와 점프수트의 조우를 선사했다. 마크 제이콥스 특유의 위트 넘치는 디자인에 여성스럽고 우아한 실루엣이 더해지고 70년대의 레트로 무드에 사파리 패션이 더해진 세련된 뉴욕의 감성이었다. 실크, 캐시미어, 저지 같은 부드러운 소재와 자연스러운 드레이핑이 바디라인을 그대로 표출했다.

특히, 상하의가 연결된 점프수트가 많이 등장했는데, 은은한 광택이 나는 핑크, 퍼플 컬러에 대담한 리번 장식이 여성스러움을 강조했고 지난 시즌에 비해 슬림해진 느낌으로 실용성을 가미했다.

곱슬 거리는 긴 머리에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레드 혹은 오렌지 컬러의 클러치로 포인트를 주어 1970년대 디스코 시대를 새롭게 재현했다.

랄프 로렌(Ralph Lauren) 컬렉션은 올해 뉴요커들에게 대유행하고 있는 ‘카우걸 룩’을 차용해 1960~70년대 히피 패션을 재해석했다. 무채색을 주 색상으로 페일 스카이블루와 실버로 액센트를 주어 부유한 동부인들이 휴가기간 색다른 카우보이 복장을 즐기던 그 시절을 재현했다.

화이트 면 셔츠와 쇼트팬츠, 끈과 술이 달린 조끼, 모자와 가방 심지어 술이 달리 팬츠와 스커트를 등장시켰다. 레이스 실로 짠 드레스, 팬시 슬리브와 빅토리언 칼라 블라우스는 세련된 여성스러움을 가미해 랄프 로렌 특유의 도회적인 웨스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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