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용수산

2010-10-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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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왕조 격조 담긴 전통 개성 한정식

용수산의 이미지는 참 반듯하다. 음식의 개성이 확실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느껴지고, 주관이 뚜렷하여 흔들릴 줄 모른다. 케네스 김 대표의 이미지도 그러했는데, 용수산 LA점이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블랙 포크와 스푼 2개를 획득한 이유가 “음식이 유니크(unique)하고, 호기심을 가질만한 히스토리(궁중요리라는 차별성)가 있으며, 친절한 서비스와 시설” 때문이라고 하였다. 많은 한국 식당들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훌쩍 뛰어넘은 것을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깊은 맛 내는 건강식
19.99~54.99달러까지 7종류 코스메뉴

용수산은 30년 전 최상옥 할머니의 한식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되었는데 최씨는 개성에서 태어나 서울 양반가의 맏며느리로 시집온 이래 평생을 개성음식 맛내기와 전수에 쏟아 부었다. 현재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방을 지키며 작은 것 하나 대충 넘어가지 않고 불호령을 내리기로 유명하다.


개성음식은 한국 음식 문화의 황금기였던 옛 고려왕조 시절의 음식으로 음양오행을 고려하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음식으로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최씨는 용수산을 오픈하면서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따뜻한 음식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한식당으로는 최초로 한정식을 코스로 서브하는 방법을 창안했다. 상다리 부러지도록 거하게 차려놓고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당시 한식에서 이는 실로 파격적인 시도였다.

1998년 용수산 LA 점을 오픈 했을 때 최씨를 비롯한 한국의 주요 스탭들이 방문하여 마음과 정성을 담아낸 용수산 음식의 진수를 그대로 전수하였고, 오늘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한식이 정성은 물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이런 음식을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내기 때문에 최상의 신선함과 맛, 온도를 유지해 최고급 한식의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금방 지져낸 전, 알맞게 맛이 밴 조림, 아삭하고 신선한 무침, 잡내 없이 따끈한 개성 제육, 알맞게 구워낸 해산물 등 신선한 재료 고유의 맛을 한껏 살린 음식들에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베인 양념을 조화롭게 사용했기 때문에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다 고급스러운 건강식을 접했다는 느낌에 대단한 만족감을 준다.

한식을 그것도 고려왕조의 개성음식을 코스로 맛볼 수 있는 곳은 용수산이 유일하다.

송학정식(54.99달러)은 계절죽, 흑임자두부 또는 가지선, 개성나물과 청포묵, 구절판, 개성제육, 전유화, 개성 보쌈 김치, 수삼튀김, 참치와 장어구이, 전복과 패주와 은대구요리, 갈비찜 또는 구이, 신선로와 용수산 전골의 화려한 음식들이 가득하고 조랭이떡국, 된장찌개, 냉면으로 구성된 식사메뉴 뿐 아니라 전통음료와 계절별 한과 또는 떡으로 구성된 디저트까지 준비되어 완성도가 높은 한식을 선보인다.

일주일에 한번씩 담아 알맞게 숙성하여 내는 보쌈김치는 맵지 않으면서도 김치의 매력이 오롯이 들어있고, 가늘게 채 썰어도 부서지지 않고 부드럽게 쫄깃거리는 맛이 일품인 청포묵 또한 직접 쒀낸다.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 속 재료와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인 신선로와 용수산 전골, 약재를 사용하여 냄새를 뺀 개성제육과 은은하게 매콤한 맛을 더한 갈비찜은 어디 내어 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디저트만 해도 그렇다. 떡을 싫어하는 외국인들을 배려해 떡 속에 계절 과일을 넣어 만든 과일 떡을 키위소스에 찍어먹을 수 있도록 서브하여 좋은 반응을 얹고 있는데, 보통 한식당에서는 아주 없거나 수정과나 식혜 정도가 전부인 경우에 비춰 볼 때 용수산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용수산은 음식을 여러 가지로 구성하여 19.99~54.99달러까지 7종류의 코스 메뉴를 제공하고 있으며 코스메뉴에 추가할 수 있는 일인분 특선 메뉴도 있다.
용수산 LA점은 한국음식을 세계에 소개하는 그 중심에 서서 활기차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다인 LA 레스토랑 위크(dine LA restaurant week)를 위해 한국에서 장기영 셰프가 파견되어 외국인들에게 한식의 매력을 전해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으며, 정부의 지원 아래 추진되고 있는 한식 세계화 일환으로 한국에서 7명의 학생들을 파견하여 현지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토록 외쳐대는 한식 세계화의 중심에 우리 한인들의 각별한 지지와 사랑이 없다면 그 정책자체가 무의미할 뿐 아니라 성공도 보장될 수 없다. 한식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 뿐 아니라 인종을 막론하여 누구에게라도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 한식당 ‘용수산’을 우리가 먼저 잘 이해하고 아껴주면 좋겠다.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용수산의 송학정식 코스. 손님 상에는 한 가지씩 서브된다.

전복구이와 은대구조림.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인 용수산 전골.

수삼을 대추에 밖아 튀겨낸 수삼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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