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계피향의 그윽함

2010-10-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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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더위로 한바탕 우리를 놀라게 한 후 가을은 이렇게 갑자기 다가왔다. 하루아침에 기온이 뚝 떨어졌고, 보란 듯이 보슬비까지
내렸다. 항상 이렇게 준비없이 맞이하게 되는 남가주의 가을은 떠날 때도 왔던 그 모습처럼 그렇게 갑작스럽기에 더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풍성한 추수, 감사가 넘치는 풍족한 기운을 남겨주고 정말 잠깐만 머무르다 떠나는 가을이기에 하루하루 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실컷 만끽하며 지내는 것이
사는 재미인 것 같다. 가을하면 절로 코끝을 스치는 듯한 따뜻한 향기가 있는데 바로 계피(cinnamon)향기가 그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음식들에는 계피가 많이 사용되는데, 계피는 가을 겨울철 즐겨먹는 음료부터 요리, 디저트에까지 두루 쓰이는 향신료로서 사과요리, 호박요리 등에 빼놓을 수 없는 단짝 친구이다. 토마토, 당근, 고구마 등의 붉고 노란색의 채소와도 잘 어울리고,
방향제로도 많이 쓰이기 때문에 쌀쌀한 바람이 불면 계피향기 생각이 절로 난다.


아니나 다를까 계피는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는 향신료로서 신경을 흥분시켜 혈액순환을 촉진해주어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몸이 찬 사람, 체질이 허약하고 기혈이 부족한 사람에게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찬바람만 살짝 불어도 몸이 움츠러들어서 기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성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쁜 모양의 계피는 장식용으로 사용해도 좋다.


그린과 블랙 카다멈.


특별히 여성에게도 이로운데, 허리와 무릎이 쑤시고 결리며 관절이 시릴 때, 배가 차고 아플 때 증세를 완화시켜 준다. 정상적인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안정시키는데도 작용한다. 또한 위장의 경련성 통증을 억제하고 운동을 촉진하여 흡수를 좋게 하는데 라틴 컬처에서도 장이 안좋은 사람들이 계피를 물에 넣고 진하게 달여내 음료로 수시로 복용하기도 한다.

시판용 제품은 계수나무의 뿌리, 줄기와 가지 등의 껍질을 벗겨서 말린 것으로 스리랑카 산 계피를 최고급으로 친다. 호흡기 질환에 좋으며 진드기 같은 집안의 해충번식을 막아주고 잡냄새나 묵은 냄새를 없애주기 때문에 방향제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음식에 넣으면 따뜻한 기운을 북돋고 단맛을 증가시켜준다.

계피와 함께 했을 때 또 빠질 수 없는 재료가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카다멈(cardamom)이다. 생강과 식물의 씨앗으로 계피만큼이나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커피에 함께 넣어 카다멈 향 가득한 커피를 내리고, 스웨덴에서는 시나몬보다 많이 사용하며 빵을 만들 때 특별히 많이 쓰며, 노르웨이에서는 고기요리 양념으로, 인도요리에서 커리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재료이다.

터키 등지의 근동 지역과 스칸디나비아에서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데, 검은 카다멈은 쓴맛이 나지 않고 스모키하면서 민트와 같이 상쾌한 향을 낸다. 그린 카다멈은 사프론과 바닐라에 이어 가장 비싼 향신료로 치며 아주 작은 양을 사용하여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씨주머니 속에 있는 상태로 판매되는 경우도 많은데 씨를 분리해서 갈아버리면 향이 금방 달아나 버리기 때문이다. 10개 정도의 씨주머니 속의 씨를 갈면 넉넉한 1/2작은 술 정도의 카다멈 가루를 얹을 수 있다.

<글 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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