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렛 미 인 (Let Me In)

2010-10-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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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작 리메이크… 소년소녀 사랑 예술적 표현

★★★½ (5개 만점)


"난 네가 늙지않는 흡혈귀라도 좋아”

아름답고 로맨틱하고 또 저주 받은 인간과 흡혈귀의 사랑의 얘기(‘트와일라이트’가 아님)를 우아하면서도 냉기 돌게 그린 스웨덴 영화 ‘렛 더 라이트 원 인’(Let the Right One In)의 미국판 리메이크로 원작에 매우 충실하게 만들었다. 원작보다는 액션과 유혈이 조금 더 많지만 보기 드물게 성공한 리메이크다.


흡혈귀를 사랑하는 주인공 소년의 얄궂은 성장기이자 첫 사랑의 이야기에 시리얼 킬러 스토리와 영원히 인간의 피를 마셔야 하는 흡혈귀의 고뇌를 잘 섞은 훌륭한 공포 애정 스릴러로 무엇보다도 고통 받는 사랑의 드라마여서 아주 로맨틱하다.

피가 튀는데도 고상한 스타일과 예술적 감각을 가진 영화인데 두 소년소녀 배우의 연기와 촬영과 음악 등이 모두 좋은 재미있고 심미적 안목마저 지닌 영화다. 이 영화와 함께 스웨덴 영화를 비교해 보기를 권한다.

춥고 눈 덮인 겨울 뉴멕시코의 로스 알라모스.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12세난 조용한 소년 오웬(코디 스밋-맥피: ‘로드’에 출연)의 아파트 바로 옆에 오웬과 같은 나이 또래의 창백한 모습의 애비(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가 아버지 같은 남자(리처드 젠킨스)와 함께 이사를 온다.

오웬은 내성적인 아이로 학교에서는 불량한 급우들에게 죽도록 시달리면서 울분을 혼자 삭인다. 집에 와선 망원경으로 이웃을 정탐하는 것이 취미. 이런 외로운 오웬에게 어느 날 밤 애비가 다가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둘은 급속히 친해진다. 그리고 우정은 깊은 사랑으로 진전한다.

이어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잇달아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살인자는 애비의 아버지. 그는 살인을 한 뒤 사체에서 피를 빼 플래스틱 통에 담은 뒤 아파트로 돌아간다. 이 피는 흡혈귀인 애비를 위한 것으로 그의 아버지 같은 남자는 실은 애비의 애인이다.

애비는 영원한 12세인 반면 인간인 애비의 애인은 세월 따라 나이를 먹어 마치 부녀처럼 보인다. 애비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남자는 애비의 보호자로서 둘이 이 도시 저 도시로 옮겨 다니면서 산다.

오웬은 애비가 흡혈귀라는 것을 고백한 뒤에도 그를 지극히 사랑하는데 애비의 나이 먹은 애인이 살인을 시도하다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허기에 지친 애비가 직접 사람 사냥에 나선다.


이와 함께 경찰(엘리아스 코테아스)의 수사망이 점점 애비의 아파트 쪽으로 좁혀 들어온다. 그리고 오웬은 애비를 위해 살인의 공모자가 된다.

여느 소년과 소녀들처럼 첫 사랑의 달콤함을 즐기던 오웬과 애비는 애비가 거처를 다시 옮기게 되면서 이별로 끝이 난다.

애비가 그리워 눈물을 흘리는 오웬.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오웬의 학교 풀에서 일어나는데 속도감과 멋과 박력감을 함께 지닌 근사한 장면이다. 이 영화야말로 속편이 있어야 될 영화다. 맷 리브스 감독(각본 겸). R. 전지역.


흡혈귀 소녀 애비(오른쪽)를 사랑하는 인간 소년 오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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