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연과 친구”… 세계 최대 유기농 마켓

2010-09-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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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푸즈 마켓’ 탄생 30주년

지난 20일 월요일에 세계 최대 규모의 유기농 전문 수퍼마켓 기업인 홀푸즈 마켓(Whole Foods Market)이 30세 생일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마켓 측은 미 전국에서 뽑힌 30명의 고객들을 텍사스의 본점으로 초대해 주말 동안 ‘VIP 컬리너리 위켄드 이벤트’라는 선물을 선사하기도 했다.

1980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내추럴 푸드 그로서리를 운영하던 네 사람(현재의 CEO인 존 맥키-John Mackey 포함)이 담합하여 보다 규모가 큰 수퍼마켓 형식의 스토어를 오픈하게 되는데, 이것이 19명의 직원과 함께 시작된 홀푸즈 마켓의 탄생이다.


자체 브랜드인 365 에브리데이 밸류 제품들.

텍사스 오스틴에 첫 매장 현재 300여개 체인
베이커리·유아용 음식·생활용품 등 다양

당시만 해도 미국 전역에 6개 미만의 유기농 전문 마켓이 있는 정도였으며, 9년 후인 89년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웨스트코스트의 첫 번째 마켓을 오픈하는 잡 페어에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윤리적인 먹거리 소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은 미국 37개 주에 300여개에 달하는 매장과 함께 캐나다를 비롯하여 영국 런던에도 5개의 지점이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성장을 하게 되었다.

빠르게 발전하는 산업화 사회 속에서 먹거리 또한 안전지대가 없음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보다 자연친화적인 삶의 형태를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커지는 시점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고속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홀푸즈 마켓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이 유기농은 아니지만 일반 마켓에 비해 훨씬 좋은 재료를 써서 순수한 방법으로 잘 만들어진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산업화된 음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없이 많은 화학첨가물, 농약, 살충제를 비롯하여 비양심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상대적으로 훨씬 적으며 육류의 경우도 항생제와 호르몬을 거의 투여하지 않은 것 또는 방목하여 완전한 유기농법으로 키운 것 정도로 나눠진다.

그 어떤 마켓보다 전문적인 자체 베이커리를 갖추고 있으며, 유기농 유아용 음식, 와인과 치즈 셀렉션이 훌륭하고, 유기농 채소, 과일과 곡물류를 비롯하여 질 좋은 아시안 제품과 비타민과 화장품을 비롯한 각종 생활용품까지도 잘 구비되어 있어 편리하다.


고객으로서 홀푸즈 마켓을 표현한다면 ‘사소하게 생각할 수 있는 먹거리 선택으로 시작해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바뀔 수 있도록 도와준 매개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이 내건 ‘당신의 장보기 선택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자연과 친구가 되자’는 등의 슬로건이 실제로 우리 생활 속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을 생각해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 있는 생물들이 그 모습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결국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보호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작은 뜻을 모은 시작이었으나 홀푸즈 마켓이 미국 식품생산과 유통업계에 끼친 영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비롯하여 개인 가정의 소비패턴과 생활문화 전반에 변화를 준 파워는 실로 대단하다.

자연에 순응하고, 양심적이며 윤리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유기농으로 키워진 채소, 과일, 육류, 달걀, 우유 등을 소비하면서 지역 사회의 농부와 농장을 도와 장거리 운송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고, 빈곤층의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은 공정무역 거래된 제품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며, 에너지를 절약하고, 재활용을 생활화 하는 등의 실천 가능한 현실적인 방법들로 진정한 의미의 잘 사는 법을 선택할 수 있게끔 큰 도움을 준다.

매번 그로서리 샤핑을 통해 이러한 가치에 돈을 지불할 때마다 유기농 제품의 가격 또한 저렴해질 수 있으며, 각종 공해와 오염으로부터 환경을 보호할 수 있게 되고, 돈에 눈이 멀어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도 온갖 악행을 일삼는 세력의 힘에 대항할 수 있게 된다.

살기 위해 먹고, 먹기 위해 사는 우리 모두가 피해 갈 수 없는 문제 앞에서 보다 현명하고 선한 방법을 모색하는데 충분히 좋은 동반자가 되어 줄 존재로서 앞으로 그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기업이다.

98년 자체 브랜드 출시·2003년 국제 공인

◆홀푸즈 마켓이 걸어온 길

80년 유기농이라는 단어 자체를 매스컴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85년 이미 살충제를 최소로 사용한 농작물을 판매하고 있었으며, 같은 해에 유기농 무역협회가 설립되었다. 90년 의회에서 ‘유기농 식품생산 법규’가 통과되었고 ‘유기농’이라는 단어가 알려지기 시작한다. 91년 정부를 도와 유기농 기준을 설립한다. 97년 홀푸즈 마켓 자체 브랜드(365 Everyday Value)를 만들어 판매한다.

98년 ‘국제 유기농 기준 법규’에 유전자 조작(GMO) 원료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 이 법안이 다시 쓰여지도록 했다. 2002년 미 농무부의 뉴스 컨퍼런스를 주관하여 ‘국제 유기농 기준 법규’를 새롭게 재정한다. 또한 버클리 매장에 태양열 에너지 패널을 설치하여 기본적인 전기에너지를 태양열로부터 충당하는 최초의 리테일 스토어가 된다.

2003년 첫 번째로 국제 공인된 유기농 마켓이 되었다. 2004년 오직 방목하여 기른 암탉이 낳은 달걀만을 판매하기로 하였다. 2005 자체 브랜드에 유전자 조작 원료를 사용하지 않기로 서약했다. 6개의 매장에 태양열 에너지 패널을 설치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전 매장에서 사용되는 전기를 재활용 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공표했다. 2008년 일회용 플래스틱 백의 사용을 중지했고 종이 백을 100% 재생용지로 만들었다.

2010년 유기농 무역협회가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는 과일과 채소의 11.4%가 유기농 작물이며 지난 2000년 25억5,000달러의 판매량에서 현재 95억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2015년까지 전 매장에서 1스퀘어피트 당 25% 정도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데 더욱 힘을 쏟겠다고 발표했다.


CEO인 존 맥키.


홀푸즈마켓은 미국 내 300여개에 달하는 매장이 있다.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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