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햇살 담은 수퍼푸드 가을채소

2010-09-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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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를 많이 먹는다는 것은 여간 신경을 쓰지 않는 한 쉽지 않은 일이다. 샐러드가 좋은 줄 알지만 배고플 때는 딱히 식사로 떠오르지 않기도 하고, 특히나 날씨가 추워질수록 생채소를 씹는 것은 기분이 좀 그렇다. 그러나 각종 성인병과 나이에 관계없이 찾아오는 암을 예방하려면 녹황색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바른 식생활이 기본으로 되어야 한다. 계절이 바뀌는 요즘, 그 동안 무심코 가져온 좋지 않은 식습관으로 편식을 일삼고 있지 않았는지 돌아보며 우리 집 식탁과 식생활을 점검해 보고 좋은 식생활을 시작하려는 각오로 가을을 맞이하자.

비타민 A·C·U 풍부 ‘채소의 명문’
컬리플라워·브라컬리·양배추 등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건강지킴이

햇빛도 여름의 그것과는 한결 느낌이 달라진 가을, 계절이 주는 먹거리의 풍성함은 놓칠 수 없는 기쁨이기에 가을의 대표 채소들을 알아보았다. 자세히 알면 알수록 평범해 보이던 채소들이 더욱 재미있고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 큰 보너스라 생각된다.


가을 채소를 찾아보던 중 흰색의 컬리플라워, 브라컬리, 양배추가 모두 ‘브라시카 올레라케아’(Brassica oleracea)라는 학명을 가지고 있어 같은 종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컬리플라워와 브라컬리는 비슷하게 생겨서 이해는 가지만 양배추까지 포함되는 것은 의아한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채소들의 조상이 녹즙 내는데 꼭 들어가는 ‘케일’(kale)이라는 것이다. 심하게 꼬불거리며 두껍고 뻣뻣한 잎사귀가 맛없기로 유명한 케일을 개량하여서 잎을 둥글려 만든 것이 양배추이고, 꽃봉오리를 식용으로 개량한 것이 브라컬리와 컬리플라워이다.

난데없는 채소 족보놀이지만 이 ‘브라시카 올레라케아’ 종의 채소는 그 종류도 많고 특별히 몸에 이로운 것이 많아 채소계의 명문가로 불린다고 한다. 이 밖에도 순무, 배추 등 많은 가을 채소를 포함하고 있는 채소계의 왕자, 공주들이 가을대표 채소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저렴하고 맛있는 제철 채소로 우리 모두 건강하고 풍성한 가을을 보냈으면 좋겠다.

양배추


●양배추

돈가스 옆에 푸짐하게 쌓여 있는 채 썬 양배추 샐러드는 폭신하게 사각거리는 질감이 좋아 돈가스만큼이나 맛있는 사이드디시의 역할을 한다. 안심하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채소인 양배추는 소화효소인 디아스티아제와 위궤양을 치료하는 비타민 U가 풍부하며 이에 못지않게 비타민 C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또한 혈액을 응고시키는 작용을 하는 비타민 K와 칼슘, 미네랄, 식물성 섬유도 풍부하다. 발육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꼭 필요한 채소이다.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는 과음한 날 해장용으로 양배추를 넣고 푹 끓인 수프를 먹기도 한다. 잎이 꽉 아물려 있으며 묵직한 느낌이 나고 잎맥이 가는 것이 신선하다. 또한 실온에 두면 영양 손실도가 높으므로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랩으로 잘 싸서 냉장보관하는 것이 좋다.


벨지언 앤다이브


●벨지언 엔다이브


탄수화물 함량이 낮으면서 여러 가지 영양성분이 풍부한 채소를 찾는다면 벨지언 엔다이브를 고르면 된다. 비타민 A와 C,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한 컵 정도의 양을 먹었을 때 8칼로리밖에 나가지 않으니 매력적인 쌉쌀한 맛과 아삭거리며 씹히는 훌륭한 질감이 주는 즐거움에 비교해 봤을 때 훌륭하다. 늦은 가을부터 다음해 봄까지 수확되는 것이 가장 맛이 좋으며 영양적으로도 훌륭하다. 단지 가격이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고급 식당에서나 샐러드로 볼 수 있지만 직접 구입해서 손질하면 얼마든지 많은 양의 샐러드를 만들 수 있다. 한 장씩 떨어지는 잎사귀의 모양이 예뻐서 핑거푸드로 많은 쓰임새가 있고, 뭉근히 삶아내거나 로스트 해도 맛있다.

암 예방효과 탁월 브라컬리
스트레스는 가라 컬리플라워
혈액·간 정화작용 비 트


브라컬리


●브라컬리
미국의 암 예방식품 연구 결과 토마토와 함께 최고의 식품으로 손꼽히기도 했는데 브라컬리에 풍부한 셀레늄은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암 중에서도 전립선암,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췌장암 등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어 만성 위염과 위궤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비타민 A도 풍부하여 피부나 점막의 저항력을 강화해 감기나 세균의 감염을 예방해 주고, 레몬의 2배에 달하는 비타민 C는 브라컬리 1컵만 먹으면 하루 권장량의 245%를 채울 수 있고, 빈혈을 예방하는 철분 함량도 100g당 1.9g에 달해 채소 중 단연 으뜸이다. 또한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속의 유해물질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하여 대장암 예방에 좋다.

컬리플라워


●컬리플라워
구름이 뭉게뭉게 핀 듯 뽀얗고 묵직한 컬리플라워는 관상용으로 즐기기에도 괜찮을 정도로 모양이 예쁘다. 비타민 E가 풍부해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어 스트레스 해소와 예방에 좋은 식품이다. 인돌성분이 발암물질을 무독화하고 위암을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담배의 유해물질을 해독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흡연자들에게 특히 좋은 음식이다.
탄수화물이 풍부해서 감자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이며, 브라컬리보다 한층 섬세하고 부드러운 향과 질감을 가졌기 때문이 이유식이나 채소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요리에 응용하기가 훨씬 쉽다. 강한 맛과 향을 내지 않기 때문에 매우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브뤼셀 스프라우츠


●브뤼셀 스프라우츠
역시 브라시카 패밀리의 일원으로 미니어처 양배추모양을 하고 굵은 가지에 촘촘히 붙어 있는 모습은 정말 앙증맞다. 하나의 큰 가지에 크고 작은 크기로 달려 있는데, 이맘 때 마켓에서는 가지째 잘라 눕혀 놓고 파는 경우도 많다. 크기가 비슷한 것들을 고르고, 단단하고 동그란 것을 고른다. 예쁜 모양에 반해 구입했지만 맛이 써서 먹지 못했다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는 너무 오래 조리했기 때문이다. 브뤼셀 스프라우츠는 잘 익혔을 때 복합적이고 풍부한 풍미가 좋으며 달큼하고 부드럽다. 가을부터 겨울을 지날 때가 가장 맛이 좋으며 한겨울 눈보라 속에서도 살아남는 강한 채소이다. 심장혈관의 건강을 지켜주고 노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관절염의 위험을 낮춰준다.


아보카도


●아보카도
비타민 A, C, E를 듬뿍 섭취할 수 있는 좋은 식물성 지방으로 포타슘과 철분도 충분하다. 특히 비타민 E는 노화를 방지하고 심장병과 암을 예방하며, 세포손상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중화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특히 무 콜레스테롤, 무 나트륨, 저 포화지방으로 아이들의 간식으로도 손색이 없는 식재료이다. 또한 영양소 흡수 촉진제로서 역할을 해 알파카로틴, 베타카로틴, 루테인, 라이코펜 등의 영양소가 몸에 잘 흡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강식이다. 껍질의 색이 고르게 진한 것, 바로 먹으려면 아주 살짝 눌러보았을 때 딱딱하지 않은 느낌이 나는 것을 고른다. 수확 후에도 계속 익으므로 상온에서 보관하면 알맞게 익힐 수 있고, 랩으로 꼼꼼하게 싸서 냉장 보관하면 일주일 정도까지 숙성을 막아주는데, 냉장고에 들어갔던 것은 꺼낸 즉시 사용해야 한다.


비트


●비트
손에 빨간 물이 들면서 껍질을 벗겨야 하고, 요리법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 쉽게 구입하게 되지 않는 채소 비트. 간편한 통조림 제품을 구입하여 맛을 보아도 물컹한 무 씹듯 이도저도 아닌 맛을 내는 비트. 하지만 직접 구입해서 잘 요리하면 이처럼 색이 고우며 깊고 은은한 맛이 나는 채소도 드물다. 빨강, 주황, 노랑의 자연이 주는 생생하고 아름다운 색감으로 식탁을 채울 수 있는데, 비트는 몸에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효능이 있다. 혈액 정화작용으로 적혈구를 만들고, 혈액부전을 조절하며 폐경기, 월경장애, 빈혈 등에 효과가 탁월하다. 또한 간장 정화작용으로 비트 즙의 염소성분이 간장, 신장, 담낭의 유기적 정화제로서 작용하여 몸 전체를 통해 림프활동을 도와준다. 오이 당근과 함께 즙을 내어 마시면 결석의 예방은 물론 담석, 신결석 등 가벼운 결석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가보차 호박


●호박
잘 익을수록 당분이 늘어나 단맛이 증가하는데 이는 호박의 주성분이 당질이기 때문이다. 카로틴 형태로 들어 있는 비타민 A와C는 점막을 튼튼하게 해주고,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며 몸을 따뜻하게 해주어 몸이 찬 사람이 꾸준히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세포점막을 튼튼하게 해주기 때문에 회복기 환자나 궤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호박죽을 먹으면 좋다. 단호박은 튀김으로 만들어도 좋고 샤부샤부, 카레, 파스타, 볶음 등 다양한 요리에 쉽게 응용할 수 있다. 껍질도 깨끗이 씻어서 익히면 씹는 맛이 좋아 버리지 않고 먹을 수 있으며 호박씨 또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필수아미노산인 메티오닌 등이 많이 들어 있어 간을 보호해 주기도 한다.

●시금치
시금치는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햇빛을 듬뿍 받으며 천천히 자라야 하는 채소로 늦가을부터 겨울이 제철이다. 일년 내내 먹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 사계절용 시금치를 생산해 내고 있으나 더위에 약한 채소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비타민 C 등의 영영성분이 격감한 채 마켓 진열대 위에 올라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시금치는 페르시아가 원산지로 중국으로 넘어와 개량된 것이 동양종, 유럽으로 전해져 개량된 것이 서양종으로 잎이 훨씬 두꺼운 편이라 버터나 올리브오일 등과 함께 익혀서 조리하는 방법도 많다. 철분과 비타민 K와 A가 풍부하고 칼슘과 요오드 등의 영양소와 유기산이 풍부하여 타임지에서 뽑은 10대 음식과 수퍼푸드에도 포함되었다.

●주키니
길죽하고 짙은 녹색의 이탈리아 호박 주키니는 그야말로 가장 쓰임새가 많은 채소 중의 하나다. 우리의 애호박보다 단단하고 수분이 작아서 4개들이 한 팩 사다 놓으면 볶음밥에도 넣고, 잘게 다져서 각종 전에 색을 더하며, 된장찌개 등에 애호박 대신으로 사용하고, 곱게 빵가루 묻혀 튀겨내거나, 파스타 소스 등에 고루 사용할 수 있다. 단 애호박전처럼 호박 자체로 만드는 전은 맛과 모양 면에서 애호박이 훨씬 좋다. 주키니는 색이 선명하고 예뻐서 시각적 효과도 좋으며, 염분이 많은 음식에 함께 사용하면 주키니의 칼륨 성분이 염분 섭취를 막아준다. 비타민 C가 풍부하며, 비타민 A와 루테인이 풍부하여 눈의 건강도 지켜준다. 냉장고에서 4일 정도만 지나면 물렁하게 변해버리므로 랩으로 잘 싸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리크


●리크
마늘, 양파, 대파, 샬롯과 같은 패밀리인 리크는 대파보다도 굵고 조금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다. 볶음요리나 소스를 만드는 기본양념 채소로 많이 쓰인다. 크림소스에 넣으면 깊고 풍부한 맛을 더해주고 감자와 함께 수프를 만들어도 추운 날씨에 그만이다.

위장기능을 도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밤이 길어지는 계절의 불면증이나 불안감을 해소해 주기도 한다. 칼슘, 인, 철분 등의 영양소와 비타민이 많으며 녹색 잎에는 비타민 A와 C가 많이 들어 있다. 익히면 매운 성분이 약해지면서 부드럽고 먹기 좋은 상태로 된다. 마켓에서는 지저분한 뿌리와 하염없이 긴 줄기 끝부분을 잘라내고 손질한 것을 팔기도 하는데, 이런 제품도 한 겹씩 뜯어내보면 속에 흙이 묻어 있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잘 씻은 후에 사용해야 한다.

그 외에도 스위스 차드, 터닙스, 스윗 포테이토, 스노 피, 파스닙, 케일, 쿨라드 그린 등의 계절 채소들이 즐비한데 다음 주에는 앞서 소개한 가을 채소들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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