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눈 시리도록 하얀 눈세상의 산상호수

2010-09-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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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가 이형숙의 실크로드를 가다

<15> 카라쿨 호수


카시가에서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타고 약 200km쯤 남쪽으로 내려가서 천산과 쿤룬산맥이 서로 연결되는 산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카라쿨 호수는 위구르 말로는 ‘검은 호수’(Black Lake)라는 뜻이다.

해발 3,600미터(약 1만2,000피트) 고지에 있는 380평방km 넓이의 호수는 수심이 240미터로 물이 맑고 호수를 둘러싸고 서있는 눈 덮인 산들이 명경 같은 물에 비쳐 그야말로 절경이라 한다. 호수는 쿤룬 산맥에 있는 높이 7,546m나 되는 무스타 아타봉과 7,649m인 콩그르 타봉, 그리고 7,530m인 콩그르 티베봉으로 둘러싸여 있다.


자동차로는 왕복 7~8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 여정으로는 호수에서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치 않아 가능하면 호수 주위에 있는 유목민의 천막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천여m 고산지대 답게 날씨 변덕 심해
백옥 많이 나는 강가엔 돌들도 아름다워

칠흑 같은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의 속삭임을 듣고 눈 덮인 하얀 산들을 눈이 시리게 바라보며 나 자신도 모르게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함께 숨 쉬며 대자연을 가슴으로, 그리고 피부로 느끼는 하룻밤이 된다면 이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인가? 아침 맑은 공기를 가슴속 깊이 듬뿍 마시고 찬란한 해돋이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호수가의 오솔길을 걸으며 서로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인가?

그래서 다음에 오는 나의 친지에게는 이리 권하고 싶다. 꼭 하룻밤을 지내라고… 그리고 그 곳에서 꼭 좋은 추억을 만들어 오라고…
젊어서 여행을 해야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편안한 잠자리이다.

나이가 먹으면 잠자리만은 편해야 되는데 천막 속에서 잔다는 게 그리 편치만은 않으리라 싶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다시 그 곳을 가게 된다면 아무리 불편한 잠자리라도 나는 꼭 그리할 것이라 다짐해 본다.

카시가의 도심을 떠난 우리는 금세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달린다. 길 오른쪽은 사막이 왼쪽은 오아시스가 그리고 포풀라 나무가 하늘 높이 서 있다.

안내인 잭은 지금은 날씨가 좋아 보이는데 그 곳의 기후는 예측할 수 없어 만일 날씨가 좋지 않으면 호수 주위에 서있는 산봉우리들은 볼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미리 귀띔해 준다.


약 4키로 정도 와서 시부(Shifu)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이 도시에서 호수까지 가는 동안은 마땅한 가게가 있는 동네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 과일과 빵 등 차에서 먹을 것들을 조금 샀다. 그리고 약 한 시간 정도 더 오니 완연히 다른 풍경이 나온다.

오른쪽으로는 얕고 넓은 강이 흐르고 그 뒤로 평풍 같이 서있는 홍산은 이름에 걸맞게 붉은 흙산이었다.

이 강가에는 백옥이 많이 난다 하여 혹시 재수가 좋아 하나라도 줍는다면 비싼 옥을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강으로 내려가 보았다.

“세상에…” 돌멩이가 어찌나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색깔도 벽돌처럼 붉은 돌, 차돌처럼 하얀 돌, 쑥처럼 파란 돌들이 강변에 그냥 널브러져 있었다. 이 돌은 동그란 게 너무 예쁘고 저 돌은 색갈이 너무 예쁘고… 옥돌이던지 아니던지 더 이상 나에게는 상관이 없다.

무거워 “낑낑”대고 들고 오다가 생각을 바꾸어 다시 제자리에 놓고 아주 예쁜 것 두개 만 골랐다. 계속해서 강은 왼쪽으로 길을 바꾸고 오른쪽은 풀 한 포기 없는 민둥산으로 그 모습을 바꾼다.

그러나 그 민둥산 뒤로는 또 강이, 강 뒤로는 눈 덮인 높은 산들이 나타난다.
우리를 태운 차는 조그만 돌집이 몇 채 만 있는 우팔(Upal)이라는 동네도 지났다. 이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도 없다고 한다. 산과 강 그리고 길만 있다.

이곳을 흐르는 게이츠 강(Kezile River)은 만년설을 이고 있는 높은 산들과 호수가 있는 남쪽에서 시작하여 북쪽으로 흐른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

나무가 없어도 매장되어 있는 광석에 따라 검은 산, 붉은 산, 모래 산, 회색 산, 누런 산 등 완전히 도화지에 물감을 풀어 칠한 듯하다.

아름다운 경치에 혼이 빠져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사이 차는 길 한가운데 달랑 자동차 차단기 한 개만 배치되어 있는 게이츠 검문소(Kezile Pass Point)에 도착하였다. 검문소는 6,600피트 고지에 있었다.

두 시간 반 정도 왔다며 5~6월에 왔다면 노랑, 보라, 분홍색깔의 들꽃이 산과 들을 뒤덮어 정말 장관이라고 운전기사 마 선생이 귀띔을 해준다.

안내인 잭을 따라 검문소 안에 들어가서 여권을 보여주고 행선지와 목적지, 그리고 돌아오는 날짜를 일러주고 중국 공안으로부터 허락을 받은 후 출구 표시가 있는 다른 문으로 나가 차를 타고 계속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었다.

각 나라로 가는 국경지대에는 이렇듯 여러 개의 검문소가 있어 불법으로 무기나 마약 등 법으로 금지하는 물건의 반입과 반출을 막기 위함이라 한다. 특히 전쟁을 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이니만큼 더욱 검문을 강화하는 것 같았다. 돌아올 때도 물론 이곳에 들려 똑같은 절차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모두 차에서 내려 검문소를 향하는 두툼한 겨울외투를 입은 사람들을 보니 이곳에 사는 주민들에게마저도 예외는 없는가 보다. 여행을 하며 입국이나 출국을 할 때는 늘 두렵고 마음이 편치 않는데 이곳에서도 바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해발 6,000 피트가 넘는 고산지대에 위치한 카라쿨 호수는 주변의 만년설을 담은 고봉들에 둘러싸여 있다. 고지대인 탓에 기후가 변화무쌍해 맑은 날을 보기가 쉽지 않다.


백옥이 많이 나온다는 홍산에서 조금 더 가면 만날 수 있는 우팔 지역에서 옥을 팔고 있는 노점상 주인이 옥을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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